나는 왜 미국에 오게 되었을까
망했다......
가장 중요하다던 중학교 2학년 기말고사를 제대로 망쳤다. 중간 고사도 제대로 못한 마당에 기말고사까지 제대로 말아먹었다. 당황하거나 억울하지는 않았다. 공부도 제대로 안 했는데 좋은 성적을 기대 할리는 없기 때문에. 그래도 이 성적으로는 자사고는 못 가겠다 싶었다. 엄마는 정말로 당황한 것 같았다. 나의 앞길이 막막해서 나의 앞길이 환하질 못해서 엄마는 걱정했다. 엄마한테 다음번에 더 열심히 공부할게 하면서 엄마의 화를 달래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한국 나이로 고작 15살에 시험 한번 망쳤다고 내 앞길이 캄캄하다니 말도 안 되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15살이면 너무 어리지 않은가 싶었다. 90살은 물론이요 100살도 넘게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데 나는 15살에 내 앞길을 결정해버려야만 했다.
어떻게 하면 내 앞길에 작은 불빛을 비출 수 있을까 고민했다. 다른 한국 학생한테는 없지만 나한테는 있는 비장의 무기가 있다. 나는 미국 시민권자이다. 어렸을 때는 미국 시민권 버리고 한국사람으로 살아가야지 유학 같은 거는 안 갈 거야라고 생각했지만 나한테는 사실 선택권이 크게 있지 않다. 당시에 언니들 두 명 다 미국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었고 엄마의 고민거리는 나밖에 없었다. 언니들 두 명 모두 미국에서 잘 지내고 있고 대학도 잘 갔기 때문에 엄마는 나의 미국 유학을 생각하고 있었다. 할아버지 집에 놀러 간 날에는 할아버지께서 언니들처럼 미국으로 유학 가보지 않겠냐고 물어보셨다. 나의 미국 유학 결정의 가장 큰 영향을 준 분 중은 할아버지셨다. 나에게 아이디어를 주신 분이셨다.
11월쯤에 학교를 그만 나가고 1달간 학원에서 영어공부를 했다. 당시에는 너무 기대가 되었다. 미국에 가면 파티도 있을 거고, 할리우드 거리, 미국 친구들, 여러 스포츠들 나를 설레게 하는 요소는 굉장히 많았다. 무엇보다 한국 교육 시스템과 엄마의 간섭에서 벗어나 새로운 문화에서의 생활에 대한 상상은 나를 잠 못 자게 했다. 너무 기대를 많이 해서였을까 미국은 실망 그 자체였다.
2학년 때 2달간 잠깐 있었던 미국은 정말 재미있었다. 2달간이었기 때문에 학교를 다녀도 대부분 놀러 나가고 했기 때문에 여행이나 다름없었다. 9학년이 되어 간 미국은 현실이었다. 엄마는 놀이동산을 갈 생각을 했냐면서 미국에 온 목적이 공부임을 잊지 말라고 하셨다. 사실 그 말을 쉽게 받아들이고 그동안 못 봤던 영화를 실컷 보았다.
현실이 멀다고 생각했던 나를 질책하고 싶다. 왜 그렇게 생각했을까. 그때부터 열심히 했으면 미래가 덜 어두웠을까. 아니면 그때라도 엄마한테 한국 가고 싶다고 했어야 했던 것일까. 그때의 나는 지금의 나를 상상이라도 했을까.
아니 상상도 못 했겠지.
엄마의 간섭이라는 줄에서 벗어난 나라는 풍선은 어디로 가야 한느지 모른 체 정처 없이 하늘을 떠돌고 있다. 나는 어디에 떨어지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