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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주부 Feb 08. 2016

바램

108배

기도의 효능을 알아버렸다. 남편이 인생최대의 위기를 맞아서 힘들어할 때 그러니까 8년전쯤, 전혀 종교적이지 않은 사람이라도 삶의 느닷없는 폭풍을  조각배타고 건너야할 때 이미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를 하게 된다는 걸 알게되었다. 그리고 그 기도는 응답받았다. 하나님의 사랑을 느꼈다. 보잘것 없지만 내세울 것 하나 없고 못난이지만 그래도 하나님은 내 목소리를 들어주셨구나 생각하니 기뻣다. 


그 후로도 나는 전혀 종교적이지 않지만 기도는 하게 되었다.  법륜스님 책을 다 읽고 다른 외국인 스님들 책을 읽고 한의사가 쓴 108배 책을 읽었다. 외국인 스님들의 책은 불교 입문자가 읽기에 부담이 없다. 굳은 믿음을 깔고 읽어야 하는 다른책보다 그냥 평상심으로도 이해가 되고 동감이 됐다. 한의사가 말하길 108배만큼 좋은 운동이 없다고 했다. 그래서 108배를 시도했다. 8년전에. 여름이었는데 땀이 비오듯했고 어깨가 많이 아팠다. 며칠하다가 포기했다. 가끔 생각나면 결심하고 며칠하다가 포기하곤했다.


울딸이 고등학교 배정받을 때 였는데 자신이 지원한 학교에 배정받지 못할까바 조바심을 내면서 어떻하냐고 하길래 같이  108배를 하자고 햇다. 그런데 꼭 그 학교에 배정받게 해달라 기도하지 말고 나한테 좋은 곳으로 배정해달라고 기도를 하자고 했다. 결과는 딸이 원했던 학교에 배정받지 못했다. 그런데신기하게도 왠지 그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학교를 다니는 동안 딸도 차라리 지금 다니는 학교가 자신에게 훨씬 좋다고 느끼고 있다. 그래서 생각했다. 아~ 이처럼 내가 알지도 못하고 기도를 하고 원하고 안달내며 살고 있구나. 그냥 두면 좋을것을. 설령 지금 당장 좋지 않더라도 결국은 좋아질 것을 믿고 살면 되는거로구나.

 

아들이 지난달에 카츄사원서를 냈다. 경쟁률이 7대 일정도 된다. 주변에 원서냈다는 사람은 많아도 붙었다는 사람은 별로 본 적이 없다. 108배를 열심히 했다. 그러다가 한번 빠지니 자꾸 빠지길래 아들이 고3이라 매일 절로 절을 하러 다니는 친구한테 어려움을 하소연하니 통을 마련해서 108배 할 때마다 돈을 넣으란다. 흠..돈보다 소중한 아들 군대가 달린일에도 게으름 피우는데 돈으로 되겠나.. 싶었지만 며칠전 사고 싶은 오리털 패딩을 발견하고는 돈을 받고 싶어졌다. 패딩이 9만원인데 발표날자까지 세어보니 딱 18일이 남았다. 하루에 5천원씩 받기로 햇다. 그리고 어젯밤 남편과 한시간 산책을 하고 다리가 아팠지만 그래도 108배를 하고 잤다. 서랍에 5천원을 넣었다.


108배를 하는 동안 아들 생각을한다. 요즘 시험기간이라 많이 힘들어 보인다.  아들은 성격이 조금씩 하지 못하고 늘 능력이상을 하려고 하니 탈이 난다. 조금씩 꾸준히를 잘 못하는게 나를 닮아 그런것 같다. 그런건 남편을 닮았으면 좋았으련만.. 아들과 나는 할 일이 있으면 밥도 안먹고 잠도 안자고 빠져들어서 병이 나는 스타일이다. 108배를 하면서 기도를 한다. 카츄사에 붙게 해주세요 라고 말할 염치는 없어서 그냥 아들에게 좋은 일이 많이 일어날 곳으로 보내주세요 한다. 카츄사가 안되더라도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될 것같다. 아..울 아들은 카츄사보다 더 좋은 곳으로 가게 되는거구나.. 혹은 카츄사가서 안좋은 일이 일어나나보다. 우습게 들릴 수도 있지만 그렇게 고된 108배를 드리면서 나는 받아 들일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구나 느낀다. 기도는 그 일이 일어나도록 하려고 하는게 아니고 무슨일이 일어나든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자세를 갖기 위해 필요한 시간이구나. 그게 내가 108배를 하면서 깨달은 거다. 그러니 점점 아들이 카츄사에 붙고 떨어지는 문제에서 놓여나는 기분이 든다. 다만 내가 아들을 위해 이 정도 하고 있다는것에 위안을 받는다.  패딩코트도 얻을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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