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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주부 Feb 08. 2016

그 와중에..

인생공부

언젠가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사람은 두부류로 나눌 수 있는데 사장님 스타일과 비서스타일이 그것이다. 그리 심오한 생각은 아니다.  


남편은 앞으로 나아가고 싶어하고 일을 벌리고 싶어했고 나는 무슨 일이든 마무리를 짓고 싶어했다. 무슨 일을 하자고 결정하면 남편은 그 일을 시작했고 나는 일단 청소를 시작했다. 남편은 이걸 하자고 했지만 나는 청소를 하지않고는 그 일을 시작하지 못했다.


혼자서 할 때는 그게 하나도 이상하지 않았는데 남편을 보면서 내가 그렇다는 것을 깨달았다.  책상을 벌려둔채로 공부를 시작하지 못했고 설겆이를 쌓아놓은 채로 다른 요리를 시작하지 못했다.  애들을 키우면서 직업을 가질 수가 없었고 이 친구를 만나면서 저 친구랑 우정을 키우지 못했다. 끊임없이 뒤돌아보면서 흘린거 없나.... 잘못 맞춘거 없나... 누가 뭔가가 잘못됐다고 하면 맞고 틀리고를 떠나서 그 문제에 붙들렸다. 그 문제에 붙들린 이상 다른 일을 못했다.


살아보니 인생은 그런게 아니었다. 잘 짜여진 드라마에서 보듯이 스토리가 하나만 있는게 아니었다. 주인공 사무실에 잠깐 커피잔을 들고 들어오는 비서는 자신이 주인공인 또 다른 스토리가 있었다. 모두가 각화면에  모두의 스토리를 가진 사람들이었다. 나는 많은  장면과 많은 드라마를 하루에도 수십 수백번 만나고 얽히고 스쳐 지나가고 있었다. 나는 여태껏 내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한가지 드라마만 돌아가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었다.


실은,  많은 드라마가 동시에 돌아가고 있었고 사람숫자 만큼의 드라마 주인공이 있다.  그 많은 드라마들은 수시로 서로 얽혔고 때로는 더 드라마틱하게 긴장을 주는 일을 결코 멈추지 않았다.


그 많은 드라마들이 계속 돌아가고 있는 와중에 내 드라마를 열심히 돌려야 하는게 나의 인생이다. 정리하고 깨끗한 책상에서 깨끗한 책을 꺼내서 첫페이지를 펼치고 싶다는 욕구는 허망하다.


내가 오늘 처음  만나는 사람 일지라도 그 사람의 드라마는 이미 첫회는 아니다. 그 앞회에 무슨 내용이 있었는지는 내가 알 수가 없다. 나는 항상 다른 사람의 드라마 중간에 등장하는 사람인거다. 수시로 내 드라마에 잠깐 등장하거나 혹은 한참 등장하는 사람들의 드라마에 내가 어떻게 등장하는가... 를 결정하는것은 순전히 그 쪽 드라마 작가의 맘이다.  


설령 내 드라마가 멈추는 날이 온다고 해도 다른 드라마들은 결코 멈추지 않다는 사실만은 기억하자. 이제터 하는 많은 일들은 모두 처음이 아니다. 모두 그 와중에 시작되는 일인것이다. 강박증환자처럼 처음에 집착하지 말자. 그 집착은 애초에 의미가없고 매달릴수록 늪에 빠진다. 점점 후퇴하고 작아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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