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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주부 Jul 29. 2016

신병교육대대

입소, 퇴소, 자대배치

아들이 어제 신병교육대대 퇴소식을 했다. 다 지나고 나니 그런거구나 싶은데 애를 막상 들여보낼 때는 앞으로 무슨 일이 있을건지..걱정을 많이 했었다. 의외로 담담했던 남편을 생각해보니 아마도 내가 군대를 전혀 모른다는 이유가 큰 것같아서 내 경험이 다른 엄마들에게 조금 보탬이 되길 바라며..


아들은 6월 21일을 입대희망일로 입대를 신청했다. 자기 딴에는 학기가 그 전 주 금요일에 끝난다고 생각하고  다음주 화요일이면 며칠 준비해서 들어가기 좋다고 생각했다는데 학기가 다음주 수요일에 끝나는 바람에 시험을 몇개 못보게 될 위기에 처했다. 다행히 교수님들이 편의를 봐주셔서 한과목은 혼자서 시험을 봤고 한과목은 중간고사와 수행평가(?)로 대체했다고 하는데 어제 퇴소식 후에야 확인해보니 성적을 오히려 후하게 주셨다고 엄청 좋아했다. 물론 교수님마다 다를 수는 있지만 입대문제로 생긴 일이라 그런지 불이익은 없는 듯하다. 사실 그것도 좀 걱정이기는 했었다. 편의를 안봐주고 무조건 깍으실까바.ㅎㅎ 하여간 아들은 입대하는 날까지 리포트 마감이 있어서 갈때까지 컴터잡고 숙제하다가 갔다.


지나고 보니 입대 날자가 참 중요하다. 물론 미리 대비하기는 힘들지만 그 입대날 티오가 있는 신병교육대대로 배치가 된다. 아들은 53사단으로 들어갔는데 가서보니 53사단이 해운대에 위치해 있으니 작년까지는 부산인근 아이들만 입대를 했는데 올해부터는 규정이 바뀌어서 전국단위로 모집을 했단다. 그러니 아들은 작년이었으면 가지 않았을 교육대다. 겪어본 바로는 53사단 교육대는 나쁘지 않다. 전방보다 훨씬 교육강도도 낮고 조교들도 티비에서 보는 호랑이 조교가 아니라 친구같은 조교란다. 카페활동도 활발하고 영내에 있는 성당 교회 절 관계자분들이 주말마다 맛있는 간식도 주시고 아이들 간식먹고 부모님께 안부인사하는 동영상을 한명한명 찍어서 올려주신다. 아들 얼굴도 확인하고 아이들 분위기도 파악하는데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다. 입대를 하고 나면 직접 통화를 할 기회가 없다. 나는 인터넷편지를 얼마든지 써서 올려놓으면 매일 출력해서 아이들한테 전달을 한다. 그런데 아이들은 손편지를 쓰지 않으면 소식을 전할 수가 없다. 손편지도 일일이 검사를 받는지 며칠치가 한꺼번에 도착을 하기도 한다. 그러니 카페에 올려주신 동영상이 정말 많은 안심을 줬다. 진심 감사했다.


교육소 일정은 총 6주다. 첫째주는 가입소 기간이라고 해서 자원분석을 한다. 여기서 자원은 아이들이다. 신체검사도 따로 하고 서류작성도 많이 하고 아이들을 파악하는 기간이란다. 이 기간동안에 문제가 있는 아이들은 다시 돌려보내진다. 돌려보내진다고 면제가 되는건 아니고 대부분은 별 문제 없으면 몇 달후에 다시 입대를 해야한단다. 그러니 입대전에 술을 많이 먹거나 해서 간수치가 높아 입소가 거절 당하면 몇달 후에 다시 입영해야 하고 그러면 휴복학에 차질이 생긴다. 그러니 그 부분은 좀 신경써야 할 것같다.  


가입소 기간이 지나고 나면 본격적으로 훈련이 시작된다.  카페에 매일 매일 훈련일정과 식단이 공개된다. 정신교육도 많고 제식훈련, 화생방 훈련, 각개전투, 행군이 주요 내용인 것 같다. 어제 만나서 얘기를 들으니 교육내용은 비슷해도 그 강도는 훈련소마다 다를 수 있을  것 같다. 그래도 요즘은 아이들 컨디션을 많이 고려하는 듯하니 너무 무리가 되거나 하지는 않을 것같다. 아들은 천식기가 있어서 가기 전부터 화생방 훈련을 많이 걱정했는데 본인이 무리가 돼서 안하고 싶다고 하면 절대로 억지로 시키지는 않는다고 한다. 아들은 어렵지 않게 열외가 됐다고 했다. 그 외에 다른 훈련은 열심히 참여해서 상점을 모아서 집에 전화도 한번 했었다. 콜렉트 콜로 딱 3분동안 통화를 할 수 있는 건데 받자마자 엄마 나 빨리 가봐야해..라고 했다.ㅎㅎ  한번은 성당 관계자분이 과자 아이스크림을 사가지고 가서 아이들 식당에서 밥먹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어서 올려 주셔서 보니 반찬도 잘 나오고 애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봤다. 물론 모두가 만족하는 밥상은 아니었다고 하는데 우리 아들은 혼자서 서울에서 밥 사먹고 살던 때에 비하면 훨씬 좋았다고 했다. 살이 빠져서 홀쭉하다고 하니 실은 너무 살이 찌는 것같아서 다이어트를 했단다. 먹을 거 걱정은 접어두어도 될 것 같다.


퇴소식 전날 남편한테 부대에서 전화가 왔다. 'ㅇㅇㅇ훈련병 아버지 되십니까?'라고 하는데 사고가 난 줄 알고 가슴이 철렁했단다. 알고보니 아들이 사단장 표창장을 받게 돼서 꽃다발이 필요하니 준비를 해오라는 내용이었단다. 왜? 무슨 일로 표창장을? 가서 들어보니 시험을 봤는데 제일 잘 봤단다. ㅎㅎ 별로 어려운 시험이 아니었고 재수가 좋았단다. 덕분에  연병장에서 훈련 안하고 자기는 연단에 서있기만 했다고 좋아했다. 우리 가족도 연단 그늘 밑에서 퇴소식을 했다.


퇴소식 전 주말에 자대배치가 난다. 공지사항에서 알려준 바로는 로또처럼 운이라고 했는데 결과를 보니 아무래도 각자의 특성이 조금씩은 반영이 되는 것 같다고 했다. 아들은 전공이 경영이라서 회계공부를 나름 일년넘게 해서 그런지 군수사령부로 배치를 받았다. 53사단의 경우는 경기도 강원도를 제외하고 배치가 된다. 일단 전방으로 갈 확률은 없다. 또 대부분은 53사단으로 많이 간다. 그리고 나머지 인원은 전국에 있는 6-7개 부대로 흩어져서 배치를 받는다. 우리 아들보다 일주일 전에 퇴소하고 배치를 받은 부대를 보니 아들 기수가 받은 부대하고 별로 겹치지 않았다. 그러니 53사단을 빼고 나머지 부대는 아마 그날 티오가 있는 부대로 배치가 되는 것 같다. 그러니 입소 날자랑 마찬가지로 퇴소 날자도 중요하다. 물론 둘다 내가 알고 정하기는 힘들다. 입대날 교육대대 티오를 알 수 없고 퇴소날 자대배치 티오를 알 수가 없다. 안다고 해도 그날 티오가 나는 부대가 한군데도 아니니 그중 어디가 걸릴 지를 미리 계산 할 수는 없다. 아들 같은 학교 친구는 좀 여유있게 8월 2일로 입대날자를 희망했더니 전방으로 입소를 하게 되었다.


가까운데로 배치를 받으면 엄마가 면회가기가 편할 것 같고 심적으로도 좋을 것 같았지만 매일 출 퇴근하는 것도 아니니 사실 중요한 것은 자대 위치가 아니라 좋은 선임을 만나는 거라고 한다. 공군은 휴가를 너무 많이 나와서 주변인들이 지겨울 정도라고 하던데 육군의 경우는 포상휴가나 특별휴가가 아닌 이상 계급이 바뀔 때 한번씩 밖에 못나온다. 그러니까 어제 퇴소식 후 오후 외출할 때 나와 보고나면 앞으로 약 100일 정도는 나올 수 없다고 한다. 다만 면회는 분위기 봐서 매 주말마다도 가능하단다. 그러니 자대가 집에서 가까우면 엄마가 편하다.


퇴소식이 11시 시작해서 30분쯤 후에 끝났다. 기억이 가물가물 하기는 한데 몇 십년 전에 내 오빠가 퇴소식할 때 할아버지 엄마 아빠 친구들까지 논산훈련소에 갔었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외출이 불가해서 돗자리 펴고 가져간 음식을 먹었었다. 오빠는 원래 몸집이 거대한데 어찌나 홀쭉해 졌는데 연병장에서 태권도 시범도 하고 제식도 하는데 식구, 친구들 중에서 누구도 오빠를 찾지 못했었다. 먹을게 없어서 초코파이 하나에 목숨을 건다고 했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태권도 시범도 없고 제식도 간단하고 사단장 훈시도 짧아서 금방 끝난다. ㅎㅎ 퇴소식 후에 외출이 가능한데 4시30분까지 돌아오라고 하니 대충 다섯시간정도 다.  애가 입소할 때부터 퇴소식 날 뭘 먹을까 궁리를 했는데 카페에서 여러 부모님들의 의견은 애들이 먹고 싶은게 가지가지니까 뷔페가 좋다고 했다. 나도 일치감치 뷔페 예약을 해놓았었는데 막상 퇴소식날 뷔페 가는 길에 길을 잘못들어서 광안대교를 건너가 버린거다.  가서 보니 거기도 남천비치라는 동넨데 바다가 보이고 바닷가에 식당이랑 카페가 조금 있었다. 뷔페에는 예약 취소 전화를 하고 빕스에 갔다. 거기서 밥먹고 애가 빙수가 먹고 싶대서 근처 카페에 가서 빙수먹고 애는 가족보다 더 반기던 핸폰을 들고 전화를 하러 갔다. 친구들과 전화하고 카톡하고 바쁘게 한두시간 보내고 나니 갈 시간이라서 부대 데려다 주고 돌아왔다.


전체적으로 부대 중대장 소대장 부소대장 조교들이 모두 아이들을 잘 챙겨주고 걱정하는 부모님 마음을 잘 헤아려주셨던 것같다. 불만사항이나 미흡했던 게 사실 하나도 없다. 물론 아이들을  캠프에 보낸 게 아니라 군대에 보낸 거니 총기사고걱정이나 연락이 쉽지 않은 점(작년에 수류탄 사고가 있어 수류탄 전수 조사를 해보니 불량률이 예상보다 높아서 훈련시에는 실제 수류탄 사용이 금지가 됐단다. 그러니 수류탄 사고 걱정도 접어 두셔도 된다.)등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무사히 만 다녀 온다고 하면 오히려 좋은 경험이 될 것도 같다. 아무래도 물자도 부족하고 자기일은 자기가 빨래도 하고 바느질도 해야하지만 다양한 사람들과 부대끼면서 배우는 게 있을 것 같다.  물론 선택하라고 하면 갈 사람 없겠지만 이왕 갔다고 하면 좋게 생각하고 좋은 경험으로 만들면 좋겠다.


무사히만 돌아오기를..

그리고 노심초사하는 엄마들에게 내 글이 조금 도움이 됐기를...

(치, 자기도 이제 시작인 주제에......라고 하면 좀.. 민망하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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