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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주부 Jul 29. 2016

네비에게 배울 점

어제 부산에 갔었다. 부산은 자주 가는 도시가 아니라서 무조건 네비가 시키는 대로 운전했다. 그런데 우리 집 네비가 조금 늦다. 한 1-2분.


왠만큼 아는 곳은 눈치로 잘 알아 듣고 찾아가는데 부산처럼 익숙하지도 않고 복잡한 동네에서는 네비가 하는 말을 잘 못 알아 듣는다. 남편은 이렇게 하면 어떻게 찾아가...라고 분통을 터트리지만 네비 만든 사람이 이것도 못 알아 들으면 어쩌라는 거야... 분통 터트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그런데 신통방통 한 건 네비다. 우리가 길을 잘 못 들때마다 조금도 분통 터트리지 않고 바보짓했다고 혼내지도 않고 즉시 포기하고  그 시점에서 가야 할 곳을 다시 친절하게 알려준다.


 '그렇게 했어? 그렇게 하라고 한 건 아니지만 네가 그 길을 놓쳐버렸더라도 괜찮아. 다시 이렇게 하렴.  조금 돌아가면 될 뿐이야. 화낸다고 분통 터트린다고 바뀌는 건 없어. 넌 이미 그 길을 지나쳤으니까. 그렇지만 우리에게는 아직도 다른 길이 많이 있어.  네가 가고자 하는 목적지에 틀림없이 데려다 줄게.  조금 늦어도 괜찮다고 한다면 아무 문제없어. 걱정마.'


우리 딸은 어제 못한 공부를 오늘 꼭 보충하겠다고 다짐을 하고 잤지만 오늘 아침 깨우니 비몽사몽간에  "밥차려놓으면 일어나서 먹을게"하더니 결국 졸려서 못 일어난다고 버티고 자고 있다. 식탁에 벌려놓은 음식을  다시 치우면서 나는 막 화가 나고 짜증이 났다. 그러다가 네비양 생각을 했다.

'그래 졸리면 자라. 일어나서 맑은 정신에 열심히 하면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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