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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주부 Jul 31. 2016

이제야 알게된 내가 브런치에 글을 쓰는 이유

내가 다닌 고등학교는카톨릭계통이었다. 일주일에 한번씩 종교시간이 있었다. 아이들은 그 시간을 쉬는 시간으로 생각하는 편이었고 수녀님이 들어오셔서 슬라이드를 보여 주시기도하고 노래를 배우기도 하고 일층 복도 끝에 있는 작은성당에서 기도를 하기도 했던 것같다. 나는 종교적인 사람은 아니지만 팍팍한 고등학교생활에 작은 쉼터같은 시간이어서 좋았다. 


언젠가는 수녀님이 종교시간이 끝나면 매 시간 돌아가면서 기도를 하라고 하셔서 번호순서대로 준비한 기도를 했는데, 기도를 하고 나면 수녀님이 꼭 기도한 친구를 칭찬해 주셨다. 나는 모두가 감동하는 기도문을 쓰고 싶었다. 나름대로 준비를 많이 해서 좋은 기도문을 썼다. 정말 내 맘에 쏙 드는 기도문이었다. 지금까지도 그 내용이 기억난다.

'우리는 가끔 외롭고 춥다. 그럴때 누군가 나한테 따뜻한 손을 내밀어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리고 아무도 손 내밀어 주지 않을 때 실망한다. 그런데 우리는 이걸 알아야 한다 .내가 누군가에게 손을 내밀어 손을 맞잡으면 내손도 따뜻해진다는 사실을. 그러니 주변을 둘러보고 춥고 외로운 사람에게 먼저 손을 내밀자.' 라는내용이었다. 여태까지 친구들이 억지로 형식적으로 했던 기도문보다는 10배는 좋은 내용이라고 확신하면서 종교시간을 기다렸다.


드디어 기도를 드리고수업이  파했는데 수녀님이 칭찬도 안해주시고 나가버렸다. 얼마나 실망했는지 모른다. 오늘은 다른 날보다 특히 좋은 기도였다..라는말을 기대했건만 그러기는 커녕 매번 하시던 칭찬마저 안해주시고 가시다니...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마음속으로는 무지 낙담했지만 겉으로는 아무일도 없었던 듯이 교실로 이동하는데, 웅성웅성하는복도에서 별로 친하지 않았던 친구 한명이 비집고 다가오더니 오늘 기도가 참 좋았다. 마음에 와 닿았다.고 말해주었다.  그때는한 반 인원이 60명이 넘었었는데 내 기도문의 간절한 내용을 딱 한명이 응답해 주었다. 


사실 나는 그런 아이디어가 참 좋다. 마치 아인슈타인이 기차타고 가다가 상대성이론을 발견하듯이 아르키메데스가 목욕탕에서 유레카를 외치듯이 나는 삶의 숨겨진 의미같은 걸 이해 했다고 느낄 때 유레카를 외친다. 누가 내게 손 내밀어줄까 기다리는 동안 얼마나춥고 외로운가? 그러지말고 네가 너보다 더 춥고 외로운 사람한테 손내밀어봐라그 사람 손뿐아니라 네 손도 따뜻해질거다. 지금 생각해도 참 좋은 아이디어다. 그런데 실제로는 그런 아이디어에 같이 감탄해주는사람은 별로 없다. 내딴에는 대단한 발견이랍시고 열나 설명해도 시큰둥하거나별 시덥잖은 소리나 한다고 퉁박이다.


브런치에 글을 쓰면 그런 아이디어가 환영받는다는 느낌이 든다. 네비에게 배울 게 있다는 글에 좋다고 하트날려주시는 분을 한명이라도 건지면 마음이 부자다. 40년 넘게 살아오면서 겨우 3-4명 건졌는데 글 하나 쓰고 하트 받았으면 대박이다.


나는 주변머리도 없고 고지식하고 융통성도 없는 편이다. 그래서 사는게  늘 초보운전같다. 다른 사람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한손으로 자연스럽게 운전하지만 나는 아직도 두손으로 핸들을 움켜쥐고 눈을 부릅뜨고 '이게뭔가? 이럴땐 어떻게해야하나?' 부자연스럽기 그지 없이 살고있다. 내가 왜 이렇게 어설픈가  종종 실망도 하지만 태어나길 그렇게 태어난거 같다 .실망을 거두고 그냥 생긴대로 살기로 한다. 천천히 가고 눈을 부릅뜨고 운전하다 보면 남들이 못보는 것도 보고 남들이 못느끼는 것도 느끼면서 오히려 풍성한 인생을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네비에게도 배우고 책도 열심히 읽고 남들이 하는 소리를 귀담아 듣고 남들이 사는 모습에서 배울 점을 열심히 찾는 사람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나의 어설픔 나의 융통성없음이 나 자신이다. 그래서 발견한 하찮은 진실이 남들은 태어날때부터 알던 거라고 하더라고 어쩔 수없다. 나는 지금 이순간 그게 새로우니까. 이런 나라도 읽어주신다면 기쁜 마음으로 글을쓴다. 여기 브런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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