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주부 Apr 10. 2018

엄마들 모임이란게

써놓은지 좀 된 이야기

여름동안 번역일을 했다. 집에 혼자 앉아 있기도 지루했고 쉽게 산만해져서 자주 동네에서 조금 떨어진 큰 커피숍 이층구석에 갔었다. 거기 꼼짝없이 앉아 일하면 페이지가 금새 넘어갔다.

     

일하는 동안 자주 엄마들 모임을 보게된다.  나도 지난 수 년동안 그런 모임에 자주 섞여 앉아 있었다. 그들은 주로 아이들로 맺어진 인연들이고 오늘도 뭔가 아이들 관련해서 해결해야 할 일이 있거나, 혹시나 내가 놓치는 중요한 정보가 있지나 않을까 싶어서 한편으로는 마지못해 모인 사람들이다. 그다지 친밀한 관계도 아니고 그 속내도 잘 모르는사람들이다. 다만 저 여자의아들이 혹은 딸이 전교 몇등인지 수학진도는 어디까지 나갔는지 봉사시간은 다 채웠는지 이번에 나가게 된 대회에서 무슨 상을 탔는지는 잘 알고 있다.


제인 오스틴의 소설을 읽어보면 여자들이 별 다른 목적 없이 차려입고 만나서 주변의 소문들을 전하고  필요한 정보를 은근히 챙기는 것을 볼 수 있다. 입고 있는 옷이나 마시는 차 종류만 다르지 지금 아줌마들이 만나는 이유와 별반 다르지 않다. 남들이 보기에 아무 이유 없이 만나서 시간을 죽이고 있는 듯이 보이지만 사실 그 만남으로 우리는 필요한 정보와 팁을  얻는다. 혼자서 인터넷서핑을 해서 찾아내는 정보 보다 직접적으로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정보는 이들에게서 나온다. 내가 이런 만남을 통해 이런 정보를 얻어들이지 않으면 우리 집 식구들이 이 동네에 살면서 많은 부분을 놓치고 살 것 같다. 동네 미장원 중에 어느 곳이 제일 싸고 잘 하는지, 마을 구석 어디에 새로 생긴 식당이 얼마나 먹을만한지, 어느 세탁소가 깨끗하게 세탁하는지...그래서 여태 이런 모임을 가는 것이 내가 떠맡은 중요임무라도 되는 듯이 굴었다.


그런데 여자들의 이런 모임이 과연 이런 순기능만 있을까? 나는 그 순기능을 충분히 이해하고 그 폭풍수다를 통해 얻는 카타르시스를 사랑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모임에는 만만치 않은 거북함이 있다. 아이들을 웬만큼 키워놓고보니 그런 정보가 아이를 키우는데 별반 도움을 준것도 아니라는 생각이들고 또 그깟 세탁소좀 미용실 좀 식당좀 맘에 안들면 뭐가 대수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아이는 내 정보가 아니어도 공부를 할 만큼 했고 안할 만큼 안했던것 같다. 동네 가게들은 살다보면 저절로 알아졌고 모르는 가게는 모르니까 안가봐도 손해라는 생각조차 못했을 거고 오히려 그들을 만나 어느날은 내 아이를 추켜세우고 돌아와 뒤통수가 부끄럽기도 했었고 또 어떤 날은 다른 아이의 잘난 점을 듣고 와서는 우리 아이만 뒤쳐진것같아서 한없이 우울했었다. 초등학교때 까지만 해도 아이들은 엄마가 친한 아줌마 아이들이랑 친했다. 그런데 중학교가면서부터는 엄마랑은 아무 상관없이 자기가 맘에 드는 친구랑 친해졌다. 여러가지로 엄마는 아이에게 영향을 줄 만한게 별로 없어진다. 그러니 내가 엄마모임에 나가는게 아이을 위해서 라고 생각했던거는 단단한 착각이었던 것같다. 오히려 아이는 내가 모임갔다온 날 무슨 소리를 듣고 와서 자기를 닥달할지 괴로웠을지도 모르겠다.


열심히 살고 있다고 믿고 싶었지만 진짜 내 마음 깊은 곳에서도 그렇게 믿고 잇었을까? 아니 나는 내가 나를 속이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던 것같다. 항상 그 거북한 마음이 있었으니까.



작가의 이전글 오랜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