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쓴 글에서도 말한 적이 있지만 내 피부는 말도 안 되게 트러블이 심하다. 가장 문제가 되는 성분이 두 개 있는데,
첫째는 카프릴릭~으로 시작되는 코코넛오일 성분이다. 거의 모든 화장품에 들어있다. 이 성분이 안 들은 화장품은 진짜 거의 없다. 화장품에 코코넛오일을 쓰는 트렌드가 제발 얼른 끝나기만 바랄 뿐이다.
두 번째는 에칠헥실메톡시신나메이트인데 이 성분은 자외선차단제 성분이다. 문제는 이 성분이 선크림에만 들어있다면 선크림만 포기하면 되는데 실제로는 거의 모든 팩트와 파운데이션에 들어있다.
선크림은 화학적 차단제와 물리적 차단제로 나뉘는데 화학적 차단제에는 앞에 언급한 에칠헥실메톡시신나메이트가 포함되어 사용할 수 없고 물리적 차단제는 백탁이 심하고 건조해지면서 모공이 숨을 못 쉬는지 트러블이 나서 그것 나름대로 사용할 수가 없다.
결국 나는 거의 모든 기초화장품과 선크림과 색조화장품을 바를 수 없다. 이 말을 다시 하면 거의 모든 화장품을 바를 수 없다는 말이고 실제로 사용가능한 화장품은 딱 2가지인데 하나는 라로슈포제의 시카플라스트밤 B5 보습크림이고 다른 하나는 레브론 파운데이션이다. 그동안 이 두 제품으로 버티고 있었는데, 사실 이 두 제품은 트러블을 잠재워주는 제품은 아니다. 시카플라스트밤은 25%의 티타늄디옥사이드가 함유되어 있는데 이게 대표적인 물리적 차단제 성분이다. 보습크림에 왜 굳이 선크림 성분을 넣는지 모르겠다.
트러블이 없을 때는 별 문제가 없는데 트러블이 나면 이 두 가지 제품도 사용할 수가 없고 병원에 가면 트러블도 트러블이지만 굉장히 건조해서 피부가 갈라질 지경이니 보습을 단단히 해야 한다고 하지만 아무것도 바를 수가 없으니 보습은 불가능하고 한번 트러블이 나면 최소한 한 달 정도는 고생을 하게된다.
그렇다면 트러블이 안 나도록 해야 하는데 그게 또 힘든 게 만족할 만한 제품이 딱히 한 가지도 없으니 뭔가 좀 혹하는 제품이 눈에 띄면 사용해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아지는거다. 참지 못하고 얼굴에 발랐다가는 거의 대부분의 경우는 트러블로 결론이 났다. 트러블이 일단 시작하면 한두 달이 가기 때문에 일 년에 몇 가지 제품만 시도해 봐도 일 년 내내 화끈거리고 따끔거리는 얼굴로 지내야 한다. 그래서 내가 택한 방법이 직접 만들어 쓰자는 거였다.
그러면서 항상 궁금했던 게 왜 화장품을 단일 성분 혹은 몇 가지 성분만으로 만들지 않고 최소 10가지 이상 많게는 수십 가지 성분을 조합해서 만드는 걸까 하는 것이었다. 단순한 성분으로 만들어진 제품이라면 시도해 보는 것도 훨씬 맘이 편할 것 같고 이미 안전하다고 판단된 성분으로만 제조된 제품도 찾을 수 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그리고 성분으로 제품을 찾다 보니 약국제품에 눈을 돌리게 됐다. 약국 제품들은 일반 화장품과 다르게 유효성분외에 다른 성분이 많이 들어있지 않고 성분 종류가 단순하다. 비타민b5( 판테놀)는 앞에 말한 시카플라스트 B5크림의 유효성분이다. 판테놀 성분은 트러블이 난 내 피부를 잠재워주는 유일한 성분이다.
판테놀로 제일 유명한 제품은 약국에서 파는 비판텐연고다. 모유수유하는 엄마가 상처 난 유두에 발라도 되는 제품인데 그게 가능한 게 판테놀은 우리가 먹는 비타민영양제에 포함되는 성분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요즘 여드름 때문에 고생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먹는 영양제가 판테놀이다. 비판텐연고는 제형이 굉장히 꾸덕해서 겨울철 외에는 사용하기가 힘들다. 그보다 조금 더 가볍게 만들어진 제품이 d판테놀 크림이다. 이 제품은 여름에 발라도 크게 무리가 없다.
여기에 추가하면 좋은 게 마유와 마데카솔겔이다. 마유는 제주도 마유가 일본마유보다 더 잘 맞았고 마데카솔은 연고제품에는 상처치유 약성분이 들어있으니 꼭 겔제품으로 사용하는 게 좋다. 마유나 마데카솔겔을 디 판테놀연고에 섞어서 바르고 판테놀영양제를 먹으면서 내 얼굴피부는 드라마틱하게 좋아졌다. 워낙 여드름 피부고 그동안 트러블로 모공도 넓어져서 자랑할만한 피부는 절대로 아니지만 트러블 없이 가렵지도 따갑지도 않은 얼굴은 낯설면서도 너무 즐겁다.
그 많은 화장품제품 중에 나한테 맞는 제품이 한 가지도 없다고 하면 나조차도 믿기 힘든 얘기다. 그런데 사실이다. 혹시 만에 하나 나 같은 분이 한분이라도 있다면 그분에게 알려드리고 싶었다. 누군가 나에게 20년 전에 알려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마유도 비판텐도 마데카솔도 그때부터 있었는데 내가 모르고 있었을 뿐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