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리오 쓰는 방법에 대한 글 시리즈 - 2화
초보일 때 나도 영화학교에서 추천하는 모든 책과 서점에 나와 있는 다양한 시나리오 작법 책을 열심히 사서 읽었고, 가장 마음에 드는 영화의 시나리오가 책으로 발매되었을 때 완성된 영화와 비교하며 읽기도 했다. 아마 영화인들이 가장 추천하는 방법이 이미 만들어진 멋진 영화의 원작 시나리오를 읽으며 한 줄 한 줄 똑같이 따라 써보는 것일 게다. 헐리우드 작가 아론 소킨이 추천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시나리오 형식을 익히는 가장 빠른 방법이고 이건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니 영화 한 편을 선택한 뒤 그 시나리오를 찾아서 따라 써 보시길 권한다. 내가 영화를 보고 시나리오를 찾아 따라 쓰기 한 것은 The Crying Games, Blade Runner, 기생충, 등이 있다.
(앞으로 주로 할리우드 영화 형식에 따른 시나리오를 이야기할 텐데, 독립영화를 찾아보셔도 좋다. 다만, 둘 다 시나리오 형식은 같지만, 스토리텔링 구조나 창작 목적이 다를 거란 점을 염두에 두시길 바란다.)
자, 그럼 뭐가 진짜 어려운가?
내 이야기를 정확하게 특정 '사건'을 통해 '텔링'하는 것이다. 어떤 피디님은 내게 관객을 가르치려 들지 말라고 조언하셨었다. 그 말이 맞다. 지적받은 부분은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 즉 '주제'이다. 의미 있는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 주제는 필요하다. 하지만, 주제만 있으면 안 된다. 노골적이어도 김이 샌다. 영화의 핵심 사건을 통해 말이 아닌 이미지, 인물의 선택, 배경, 미장센을 통해 은근히, 살짝 드러내 주는 게 이상적이다. 쿠엔틴 타라티노가 신인감독들에게 한 조언이 있는데, "글쓰기 속에서 도덕적 질문은 빼라!"라고 했다. 그는 등장인물들이 알아서 스스로 도덕적 선택을 하게 하라고 설명했다. 즉, 이야기, 사건 자체가 알아서 주제를 알려주도록 하라는 뜻이다.
말이 쉽지 쓰기는 어렵다.
하지만 순서를 잡는 것은 가능하다. 무슨 말이냐면, 먼저, 내가 가장 떠들고 싶은 주제를 정하는 것이다. 말하지 않으면 입이 근질근질해서 못 참을 메시지를 고른다. 정의, 사랑, 우정, 차별, 등의 큰 주제에서 더 정확한 주제를 한 문장 정도로 써본다. 예를 들어, '인종차별은 개인의 삶을 무너뜨린다'라고 쓰는 것이다. 최대한 여러 번 고민하고 바꿔 쓰다 보면 내가 진짜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다듬을 수 있다. 이 주제를 잡기 위해 때로는 '소울 서칭', 즉 자기 분석을 해야 한다. 왜냐면 이제 이야기를 써야 하는데, 내가 몰입이 가능한 주제를 정하는 것이 좋기 때문이다. 물론 시간을 들여 공부를 해도 좋다. 또한 시대의 흐름에 맞는 주제인지 살펴보는 것도 필요하다.
그러고 나서, 그 주제를 가장 잘 드러내 주는 요소들을 모아야 한다. 어떤 배경을 보여줄지, 어떤 인물을 등장시킬지, 무슨 큰일이 벌어질지,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어떻게 사건이 마무리될지 고민하는 것이다. 여기서 스토리가 되는 것은 바로 '큰 일'이다. 영화의 핵심 사건을 만들어내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이다. 이 사건은 우리가 관심을 가질 만큼 대단한? 사건이어야 하고, 등장인물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만큼 엄청난 도전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꼭 빌딩이 터지고 지구가 박살 나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만큼 독특하거나 호기심을 자극하는 사건이며, 등장인물에겐 도망치거나 숨고 싶을 만큼 힘들고 낯선 일이면 된다.
여기까지 쓰고 보니 어렵다고만 한 것 같아서 최근 마음에 드는 말을 공유하고 싶다.
"신인 시나리오 작가들은 모든 게 이미 다 만들어졌다고 너무 걱정합니다. 그렇긴 하죠. 하지만, '당신에 의해' 만들어진 것은 아니죠." -데이비드 린치 감독
자, 당신에 의해 만들어진 이야기는 무엇이 될까요?
https://sarahjinhee.upaper.kr/content/11891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