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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라 진희 Mar 24. 2020

영화감독은 어떻게 되나요?

프로듀서에서 감독으로 - 내가 배운 것들(2편)

입사 첫 해 초창기엔 정말 매. 일. 혼이 났다. 세 명의 대표님이 돌아가며 피드백을 주셨기 때문에 그분들은 몰랐겠지만, 난 매일 혼난 게 된다. 크흑. 그럼에도 부모님께 한마디도 불평 안 했고 (못했다, 디자인과 졸업하자마자 뚱딴지같이 영화를 만들겠다 하더니, 제작사에 들어가질 않나, 매일 새벽같이 나가서 밤늦게 들어오는 딸을 보고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셨으니까.) 친구들 얼굴도 한동안 볼 시간도 없었다.


Production Assistant(P.A)는 말 그대로 '보조'다. 제작 과정에서 도움이 필요한 온갖 잡일을 하는 건데, 심부름이 많다. 주로 프로듀서가 진행하는 업무를 덜어주는 역할이고, Pre-production, Production, 가끔은 Post-production 과정에 걸쳐서 참여하게 된다. 외주 작업이라면 프리랜서를 고용해서 제작 완료 날까지만 업무를 수행하도록 계약하는데, 나는 회사 직원이었기 때문에 제작 준비부터 촬영, 편집이 끝나고 방송이 되기까지, 그리고 그 후 자료 정리까지 모든 일을 도왔다.


무슨 일이냐면;


아이디어 브레인스토밍부터, 연구자료 찾기, 인터뷰 대상 연락하고 계약하기, 작가에게 자료 전달하기, 씬별 필요 준비 사항 정리하기, 각 아이템별 스폰서 찾기, 연기자 오디션 준비와 리허설 진행, 촬영 스케줄 만들기, 촬영 감독과 모든 팀의 스케줄 고정하기, 로케이션 확정하기, 차량 렌털 및 주차 확인, 장비 픽업하고 반납하기, 현장에서 필요한 모든 물품들 미리 챙기고 구입하기, 현장에선 상황에 따라 인파 정리 및 진입 통제하기, 경찰이나 민원, 소음이나 항의에 대응하기, 연기자 픽업 및 준비와 대기시키기, 때에 맞춰 모든 스텝이 식사하고 세팅하고 이동하도록 관리하기, 콘티(Continuity)에 따라 현장 기록하고 편집 시 주의사항 전달하기, 등등, 온갖 일이 다 맡겨질 수 있고 즉시 해결 및 미리 움직여서 예상한 부분들도 준비를 해놔야 한다.


위 내용 외에도 무수한 사건사고 처리와 잡일이 있다.


나는 제작부서가 아닌 연출 부서가 하는 일까지 맡아서 해야 되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에 더욱 일이 많았었다. 소규모의 제작 예산일수록 모든 사람들이 할 일이 많아진다. 그래서 작업에 허점이 생길 가능성이 높고 피곤할수록 집중도도 떨어진다. 그래서 저예산 제작은 항상 오류가 많고 모두 지치는 것이다. 회사 초창기엔 모든 프로젝트가 그랬다. 신생 기업이라서 최대한 높은 가치의 작품을 저예산으로 만들어내야 하는 고충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을 배우는 입장에선 정말 모든 분야에 걸쳐 경험이 가능하기 때문에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다만, 노동착취가 되는 경우도 허다하니 경험이 쌓이면 점차 예산이 좀 있거나 합당한 대우를 해주는 제작에 참여하는 게 좋다.  


가장 쉬워 보이고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이는 Production Assistant 도 제작에 필수 인력이다. 어떤 사람들은 P.A를 무시하거나 막 부릴 수 있는 사람으로 착각하기도 하고, 스스로도 하찮은 사람으로 생각하는 경우도 있어서 한번 더 강조하고 싶다. 제작은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아무리 기술이 발달하고 1인 제작이 가능해져도 그건 한계가 있다. 제작 규모가 크고 복잡할수록 더 많은 P.A가 필요한 건 당연하다. 영화가 끝나고 엔딩 크레디트까지 쭉 한번 보시면 출연진만큼 무수한 P.A들의 이름이 뜰 것이다. 그만큼 충분히 P.A 자리는 찾을 수 있고, 고생은 하겠지만 이 작업을 통해 영화 제작에 대해 배우게 될 것이다.


그렇게 나는 P.A로 일을 시작해서 Location Manager, Production Manager, Assistant Producer 로까지 일을 경험하는 동안, 각종 현지 방송 프로그램, 단편 영화, 그리고 드라마 시리즈 제작에 참여하고 2년이 후딱 지나갔다.


*추신 : 브런치에 발행했던 글을 책으로 모아 전자책으로 유페이퍼를 통해 셀프출판했습니다. 본 내용의 후속 글들은 같은 제목의 전자책으로 여러 온라인 서점 플랫폼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많은 관심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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