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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라 진희 Mar 22. 2020

영화감독은 어떻게 되나요?

프로듀서에서 감독으로 - 내가 배운 것들(1편)

브런치 첫 글 시리즈는 "내 인생 돌아보기"라는 자전적 글쓰기로 성장기를 관통하는 이야기로 잘 시작했다. 계속 이어나갈 소소한 이야깃거리가 많아서 다행이라 생각하고 꾸준히 즐기며 쓸 예정이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내가 성인이 되어 전문가 영역으로 들어선 것은 제작을 하기 시작하면서부터이다. 그래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따로 공유하는 게 나을 것 같아서 별개의 시리즈로 써보려 한다.


나도 여느 영화인처럼 훌륭한 감독이 되고자 하는 꿈이 있기 때문에 영화 만들기와 연출에 대해서는 아직도 배우고 있고 배워야 하고 배울게 많다. 약소하지만, 그간 경험한 것들은 내게 나름 많은 깨달음을 주었고 발전하는데 도움이 되었기에 영화감독이 되고 싶어 하거나 처음 영화 만들기에 도전하려는 사람들과 이 글을 나누고 싶다.


한국에서 자란  아니기 때문에  사회생활도 해외, 싱가포르에서 시작되었다. 여차 저차 해서 디자인이 아닌 영화를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하고 영화제작사를 찾아다니며 이력서를 돌렸고  년간 여러 차례 거절을 당하던 ,   곳에서 내게 연락이 왔다.  열정에 감동해서 신생 제작사 대표들이 나를  직원으로 입사시키기로 했다며.


90년대 싱가포르 영화 붐이 일어났었던 그때 창립되어 지금까지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회사는 현재 싱가포르에서 가장 오랫동안 살아남은? 제작사이자  대표들은 현지에서 웬만한 영화인은  아는 사람들이 되었다. 나는 운이 좋았고 영화 학교가 아닌 영화 현장에서  수업이 시작되었다.


뭐든 바닥부터 배우는 것이 어디든 가장 흔한 방식이다. 그리고, 글로, 이론으로, 학교에서 배우기 어려운 부분들이 바로 제작 현장에서 터득된다. 직접 부딪혀야 더 직관적으로 알게 되고 이에 대한 방법론을 세우게 되는 것이다. 내가 취직한 영화사 대표들은 세 명이였는데, 사업가, 제작자, 연출가로 분류할 수 있는 각각 담당 영역과 능력이 나눠진 분들이었다. 나와 그리 나이 차이도 없었고 방금 장편 영화를 만들어 개봉한 신생 회사라서 나도 함께 배우고 성장해 나갈 수 있었다. 바로 이 세 분이 내게 비즈니스, 프로듀싱, 그리고 연출에 대한 현실 교수들이 되어준 것이다.


정확하게 영역이 구분되어 있었던 회사 구성 덕분에 나는 대표들을 만나 작업할 때마다 각 대표의 전문 분야에 맞춰 '생각하기'를 다르게 해야 했다. 가끔 보면 한국 방송은 연출가가 프로듀싱도 하고, 어떤 경우엔 사업가가 연출도 하고, 프로듀서가 사업도 하는 등, 역할이 뒤섞이는데, 처음 배우는 입장에선 좋지 않다고 본다. 내가 자란 싱가포르는 영국식 교육과 서구적 업무 시스템이 자리 잡은 곳이어서 할리우드식 제작 방식을 어느 정도 흡수해 적용한다. 아무 기반이 없는 경우, 독립영화로 시작하는 분들이 많은듯한데, 처음 제작 일에 뛰어든다면, 잠깐이라도 웬만하면 제대로 된 시스템이나 탄탄한 조직 업무 구조가 잡힌 곳에서 일을 배우신다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내 개인적인 소견이지만, 처음 어떻게 배우느냐에 따라 영화 시장 전반에 대한 전체적인 감이 달라지고 '사고방식'이 좌우되기 때문이다.


영화 제작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선 백지처럼 모든 것을 배우는 것이 필요하다. 굳이 연출만, 프로듀싱만, 사업만 고집하지 말고 기회가 된다면 골고루 겪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막 시작하는 사람인 경우, 자신의 성향이 어느 영역에 더 적합한지 시험해보는 거다. 과감하게 '처음이지만 제가 해보겠습니다, 지도 바랍니다!'라고 하시길 바란다. 당신이 신인인 줄 뻔히 알면서 막중한 책임이 필요한 업무나 과제를 던져주진 않을 것이다. 아주 작고 감당할 수 있는 일을 먼저 경험하고 배우게 할 것이다. 그렇게 다양한 영역의 일을 겪다 보면, 아, 내가 이쪽 일을 더 좋아하고 잘하는구나! 하는 발견이 이뤄지길 바란다.


입사할 때 대표들은 내 첫 공식 타이틀은 Production Manager로 칭해주셨지만, 우선 내게 일을 가르쳐야 하기 때문에 가장 기본적이고 누구나 할 수 있는 Production Assistant로 시작하게 되었다.


*추신 : 브런치에 발행했던 글을 책으로 모아 전자책으로 유페이퍼를 통해 셀프출판했습니다. 본 내용의 후속 글들은 같은 제목의 전자책으로 여러 온라인 서점 플랫폼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많은 관심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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