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인류 이야기 <2부>: 네안데르탈인은 왜 사피엔스에 밀렸나?
동물과는 달랐던 '세계에 대한 적응 방식', 즉 세계를 탐구하고 인식하고 해석하며 표현하는 ‘상징체계’의 고안이 인간을 자연 상태에서 ‘문명’의 단계로 이끈 하나의 고리라면, 또 하나의 중요한 고리는 특유의 ‘사회 구성 능력’입니다. 언어는 이 능력을 발달시킨 핵심 부스터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지요.
무리 짓기는 약자의 무기입니다. 무리를 지을 필요가 없는 포식자들은 다만 부하를 제 몸집 부풀리듯 거느릴 뿐입니다. 개별 인간은 전형적인 숲의 약자에 속하지요. (공룡을 멸종시킨 거대한 운석 충돌로?) 숲이 대거 파괴되자 인류는 포식자들과의 경쟁을 피해 먹이와 보호막이 있는 숲을 떠나 사바나로 이동합니다. 이 사건은 결과적으로 인류의 운명을 바꾼 결정적 계기가 되지요(원시자연에 너무 고착돼 있으면 인지 유동이 불가능하다!). 지속적으로 새로운 환경을 맞이하자 육체는 물론 인지에 엄청난 변화가 일어납니다(뇌피질의 발달). 사바나 기후에 적응도 해야 하고, 무엇보다 낯선 상황이나 위기 출현 시 무리와 함께 문제를 해결해야 하지요. 집단적 문제해결에는 의사소통이 필수입니다. 이 의사소통의 압력이야말로 지능상승의 중요 요인 중 하나지요. 그런데 이 의사소통에서 ‘규모’의 문제는 생각보다 중요합니다.
초기 인류는 수십 명 단위로 무리지어 생활했습니다. 그런데 그 수가 대략 80명 선이 넘어가면서부터는 직접적 의사소통 범위를 벗어나기 시작합니다. 규모가 커질수록 교류 상대가 많아지고 그 양상도 점점 복잡해지게 마련이지요. 그래서 인류 초기엔 직접적 의사소통이 가능한 범위가 종종 무리의 규모를 결정짓곤 했습니다(문명의 발달로 의사소통 수단이 효율화, 다양화 된 후에라야 집단의 규모에 대한 제약으로부터 어느 정도 자유로워진 것이지요). 인문학에서는 종종 취급하지 않는 ‘정량’적 개념이 인류사에 꽤 중요한 변수가 된다는 사실은 종종 간과됩니다. 하지만 자연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에는 (물리적) 규모의 변화가 기본 변수가 되는, 일명 규모 변화의 법칙이 존재합니다. 그리고 이 법칙을 이해하면 꽤나 많은 것들이 설명이 되기도 합니다.
인류학에서 유래한 말로 '던바의 수' 법칙이 있습니다. 한 사람이 상대의 얼굴을 인식하는 가운데 직접적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규모의 수가 대략 150명(최대 200명)정도로 한정돼 있다는 주장입니다. 오늘날의 sns에선 수천, 수만 명을 넘는 네트워크를 자랑하지만, 상대 모두와 친밀한 관계를 맺기는 불가능하지요. 던바의 수 는 한 사람이 직접 상대할 수 있는 사회적 관계망의 최대 규모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이 범위 내에선 정서적 교류가 가능해 언어 발달 측면에서 주로 감정이나 정서 표현에 쓰이는 모음이 발달하기 쉬운 반면, 멀리 있는 상대(다수)에게 하는 지시나 개념 전달에 필요한 자음은 상대적으로 덜 발달되는 등의 특징들이 나타난다고 합니다.
네안데르탈인과 호모사피엔스는 뇌의 진화 측면에서 현생 인류 후보로 쌍두마차 격이라 할 만합니다(체격과 뇌 크기는 네안데르탈인이 조금 더 우위를 점했을 정도). 이 두 후보 종은 도구를 만들어 사용할 줄 알고, 언어를 쓰고, 어느 정도의 추상화와 상징적 사고가 가능했고, 집단 내 의사소통과 상호협동을 위한 사회적 지능 또한 유사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다만 네안데르탈인은 주로 유라시아 지역에 머물렀고, 사피엔스는 아프리카에서 기원한 후 오랜 시간 후에 중동과 아시아 지역을 거쳐 유럽으로 흘러들어간 흔적을 보입니다. 두 종이 결국은 마주했으리라 추측되는 대목입니다. 공존이든 경쟁이든 두 종이 일정 기간까지는 양립하다가 대략 3~4만 년 전쯤 네안데르탈인은 멸종합니다.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여러 가설이 있습니다. 기후변화에 사피엔스가 더 잘 적응했다는 설, 일정 기간 서로 공존하다가 번식 속도가 더 빠른 호모사피엔스에 자연스럽게 흡수되었다는 설 등등. 그런가 하면 한때 네안데르탈인의 멸종은 호모사피엔스와 치룬 대혈전(?)의 결과라는 설도 떠돌았습니다. 그렇지 않고는 유사한 인지 능력을 가진 두 종 중 어느 한 쪽만 특정 시기 이후 일방적으로 멸종했다는 사실을 설명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현재까지의 유적에서 전투가 벌어진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오랜 탐구 기간 고고학자들이 이 두 종들의 유물들을 비교해 본 결과 ,한 가지 뚜렷한 차이점이 파악됐습니다. 호모사피엔스 쪽에선 다수가 발견된 반면, 네안데르탈인 쪽에선 현저히 적었던 아이템이 있었지요. 그건 바로 '장식품'이었습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장식품은 개인의 미적 의식 뿐 아니라 타인에 대한 의식, 고도의 사회적 지능이 발달한 공동체에서 통용되는 물품입니다. 상호 친밀도의 차이가 다양한 공동체 내에서 예의나 호의를 표하거나 갈등을 풀 때, 혹은 직접 소통 대신 공여하는 소통의 대체품으로 활용되기도 합니다. 장식품이 많이 통용되었다는 것은 당시의 공동체가 고도의 사회적 기능을 필요로 하는 ‘규모’였음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여러 흔적을 종합적으로 살펴보건대, 네안데르탈인 공동체는 직접 소통이 가능한 규모, 즉 앞에서 말한 던바의 수를 넘지 못한 반면, 사피엔스는 여러 상징과 간접적 의사소통 방식이 필요한, 더 큰 규모의 사회집단을 이루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집단 규모의 차이가 결국은 진화 정도가 유사한 뇌를 가진 두 종의 운명을 가르는 주요 요인이 된 것으로도 보입니다. 이렇게 정리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네안데르탈인의 자연에 대한 지식이나 도구지능이 사피엔스보다 뛰어났거나 심지어 월등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사피엔스의 더 높은 사회적 지능이 결국은, 누가 더 뛰어난 적응력을 발휘해서 생존할 수 있느냐에 더 결정적인 요인이 되었다. "
사회적 지능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이야기입니다.
‘규모의 경제’란 말이 있습니다. 규모가 커질 때 비용 절감 효과가 생기고(즉 효율성이 높아지고) 결과적으로 경제적 이득도 커진다는 법칙입니다(먹자골목이나 지하상가, 가구상가 등 유사한 업종들이 한 지역에 모여 상권을 이루는 경우가 해당 법칙이 적용된 흔한 사례지요). 생명체도 마찬가지입니다. 예를 들어, 세포 하나를 유지하는 데 에너지가 50이 들어간다 치면, 세포가 100개면 산술적으로 에너지가 5000이 필요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대략 3700 정도면 충분합니다(이를 몰랐을 때 많은 실험동물들이 기준 무게당 화학약품 투약 방침을 비례적으로 적용하는 바람에 -코끼리의 경우- 치사량 이상의 약물로 희생되었지요). 생물학에서는 개체의 크기가 증가함에 따라 삶의 속도도 체계적으로 감소한다고 합니다. 규모가 질을 바꾸는 것입니다. 개미는 인간보다 더 빠른 속도로 생을 살아가고 한편, 농촌보다 도시에서 시간은 가속될 수 있습니다.
※ 물론 커진다고 다 좋은 건 아닙니다. 좋은 연결망도 있지만 나쁜 연결망도 있다는 걸 사회현상을 들여다보면 금방 알 수 있습니다. 더도 말고 이 글만큼은 서로에게 좋은 연결망이 되었으면 합니다.
초기 인류 이야기는 2편으로 마치고, 다음은 (아마도) 고대 문명 이야기로 넘어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