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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라보고 Dec 21. 2023

최종 꿈은 게스트 하우스 사장

D-71

유난히 일하기 싫은 날 


    바로, 오늘입니다. '이제 얼마 안 남았다~'라고 되뇌며 잘 지내고 있었습니다. 화나는 일도, 슬픈 일도, 특별할 일도 없는 무난한 하루하루 지나가고 있습니다. 그렇게 조용한 일상을 옹기종기 지켜보던 세포들 중 하나가 갑자기 큰 소리로 외칩니다. 


    "71일 이라니... 아직도 71일 이라니!!! 으아아악" 


    흡사 내가 고자라니!!!! 장면처럼 절규하는 그 세포는 그렇게 소리 지르고 나서 여기저기 머릿속을 날뛰기 시작합니다. 다른 세포들도 웅성웅성거리더니 한 마디씩 거듭니다. 평온한 일상은 갑자기 토론회장으로 변합니다. 


    " 거 ~ 그냥 시원하게 그만둔다고 하죠! 기다려서 뭐 합니까! 이 시간이 아깝고 지루하지 않습니까! " 

    " 어... 당장은 힘들지, 한 30일은 줄여볼 수 있지 않을까? "

    "71일이나 남았다고! 내일이면 70일이나 남은 거야! 이거 견딜 수 있겠어? 이거 말고 하고 싶은 일 많잖아! 안 그래? " 


    '웅성웅성' '쑥덕쑥덕' 한 분위기 속 어느 한 세포가 한마디 하자, 모두가 조용히 자리로 돌아갑니다. 


    " 저...... 돈 벌어야죠. 청년희망적금도 2월에 만기고, 그걸 받아야 대출 다 갚고 떠날 수 있어요. 당장 돈 벌 방법 있습니까? 글 쓰면 지금 돈이 나와요? 예? 정신 좀 차리자고요. "


    아직도 분을 삭이지 못한 몇몇 세포들이 '씩 씩' 숨을 거칠게 내뱉고 어깨를 들썩이며 제자리에 가 있습니다. 조용한 일상은 더 이상 볼 수 없는 사태에 이르렀지요. 수습을 위해 긴급하게 '꿈' 상영을 시작했습니다. 


게스트 하우스 사장


    제 여러 꿈들 중에 최종 끝판왕을 가져왔습니다. 바로 '게스트 하우스 사장' 

    머릿속에 있는 상상을 상영하자마자 모든 세포들이 제자리에 착석해서 집중하기 시작합니다. 어차피 다 '나'인 그들의 대화가 시작되었습니다. 자문자답이네요.



    "오오오~ 그래그래. 내 최종 목표는 게하 사장님이 되는 거지!"

    "저기가 한국이야? 외국이야?"

    "흠... 상영되는 장면만 봐서는 잘 모르겠네. 나무에 둘러싸여 있고, 조금만 나가면 호수가 있어서 산책하기 좋고, 전원주택 형식이니까 아마 외국이 되지 않을까?"

    "한국이든 외국이든 아주 돈이 많아야겠는걸? "

    "그런가? 2층에 게스트 방 3개 있고 각자 욕실 있고, 주방이랑 공용거실 공유하는 거네. 공유하우스 같다. '나'는 어디 살아?"

    "옆에 별채 있잖아~ 주인이랑 같이 있으면 부담스러우니까~"

    "이야~ 그러네. 별채는 뒤쪽에 있구나. 꽤 크다. 앞에 정원도 이쁘고, 풀장도 있네. 진짜 돈 많이 벌어야겠다~"

    "건물 자체가 창이 크고 넓어서 햇빛 잘 들어오겠다. 조식도 제공하는 거야?"

    "그래야지, 토스트, 잼, 과일 등등 기본 세팅은 되어있고 오믈렛이나 스크램블, 커피, 라테 이런 거는 아침에 요리해서 주지~" 

    "뭐야~ 그때 이탈리아 신혼여행 때가 기억에 엄청 남았나 보다. 똑같네~" 

    "저녁에 파티도 하나?"

    "신청받아서? 그래봤자 총인원이 최대 8명이니까 조촐하게 진행될 것 같은데?"

    "오~ 와인이나 맥주 한잔 정도 하는 그런 거 좋겠다."

    "야~ 거실에는 '나'의 욕망이 가득한데 무슨 만화책이 이렇게 많아. 만화책방 같네."

    "이것도 제주도 게스트하우스에서 비 오는 날 만화책 보던 기억이 좋아서~"

    "보드 게임도 많다~"

    "친해지는 건 또 보드게임 만한 게 없지~"

    "뭐야, 여긴 뭐로 채우고 싶은 거야?"

    "아, 이건 사진이나 편지? 방명록 같은 개념이지~" 

    "여기가 꽉꽉 채워졌으면 좋겠다~그렇지?" 


꿈꾸는 게스트하우스

    "왜 이게 그렇게 하고 싶은 걸까? 숙박업 쉽지 않을 텐데?" 


    "여행의 기억이 참 좋았어서? 사람에게 세상에게 아님 스스로에게 상처받고 훌쩍 떠난 여행에서 낯선 공간, 낯선 사람들과의 진솔하고 따뜻한 대화가 참 좋았었어. 나의 조건이 아니라 지금 보이는 나를 그대로 봐주니까, 만난 지 얼마 안 됐어도 영혼이 닿은 느낌? 그러고 나서 계속 연락하거나 그러진 않지만, 그래도 그때에 스친 인연들이 참 좋았어. 나도 그래서 그런 공간을 만들어주고, 그런 사람이 되어주고 싶어."

    "맞아, 관계라는 게 가깝다고 오래되었다고 해서 나를 더 잘 알거나 이해해 주는 게 아니더라고."

    "가까울수록 소중함을 모르기도 하고, 오래될수록 나는 변화하는 데 성숙하는 데 그렇게 봐주지 않고, 그럴 때 답답하지." 

    "아무도 나를 이해해주지 못하는구나 싶을 때가 있어." 

    "여행 오면 여유로워지고 너그러워지니까, 그 느슨해진 마음 사이로 따뜻함과 용기와 사랑을 가득 넣어갔으면 좋겠어.'

    "그런 일만 있을까?"

    "아닐 수도 있겠지? 내가 인간혐오가 생기는 거 아니야? 하하. 돈이나 더 열심히 벌자." 

    "사실, 인기는 많이 없었으면 좋겠어. 주에 2-3번 정도만 채워질 정도?"

    "별소리를 다한다. 글 쓰고 그림 그리고 그런 시간도 필요하긴 하겠지. 남편 시켜"

    "아, 그럼 되겠구나? 그럼 엄청 잘됐으면 좋겠다~"

    "그래~ 그랬으면 좋겠다~" 

    

        71일 남았다고 난동을 피우던 그 친구가 외칩니다. 


"무슨 소리야! 그렇게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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