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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라보고 Dec 22. 2023

'무척' 재밌어.

D-70

무척 


    국어사전에 기재된 '무척'의 뜻은 아래와 같습니다. 

(부사) 다른 것과 견줄 것 없이/ 보통 정도를 넘어서 매우

    갑자기 이 단어의 뜻을 찾아본 이유는 남편이 한 말 때문입니다. 

    만화를 좋아하는 남편은 틈만 나면 만화를 찾아서 봅니다. 뭐 흔히들 알고 있는 드래곤볼, 원피스, 원펀맨, 진격의 거인, 귀멸의 칼날, 나루토, 스카이패밀리 등등 섭렵하였지요. 남편은 그 만화책을 한번만 보는 게 아니라 2번은 기본이고 3번은 다시 봅니다. 새로 나온 편도 꼬박꼬박 챙겨봅니다. 애니메이션이 나오면 또 봅니다. 그래서 장기기억장치에 저장이 되서 등장인물부터 에피소드까지 '툭' 하면 '후두두두둑' 쏟아질 정도 입니다. 학창시절, 공부를 못했다고 하는데...만화보듯이 했다면 잘했을 거 같습니다. (저는 한번보면 질려서 잘 못보는데 여러번 보는 남편이 부럽기도 합니다.) 


    그런 남편이 요즘은 더이상 볼 게 없다고 퉁퉁 거렸습니다. 저도 뭐라 도움을 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지요. 저는 만화보다 글쓰고 그림그리고 바빠서...'안타깝다...좀 더 찾아봐~'라고 넘어갔었습니다. 그러다 유튜브 쇼츠를 넘기다 만화 소개를 해주더라구요. 평상시 같으면 넘어가는데 남편이 생각나 유심히 보고 메모 해뒀습니다. 그리고 바로 알려주었지요. 뭔가 추천을 해주고 나면 그게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서 몇번이고 물어보는 저는 그제부터 물어봤습니다. 아직 시간이 없어서 못봤다고 하던 남편이 오늘 점심시간에 드디어 보기 시작했습니다. 


    "여보,그거 보고 있어? 어때?"

    "응응ㅋㅋㅋㅋㅋ 무척 재밌당 ㅋㅋ처음에는 단편도 재밌는데 본편으로 각색 다시 해서 나온거는 더 재밌다."

 

    뿌듯했습니다. 그리고 뭔가 어색하지만 귀엽게 느껴지는 문장이 있었습니다. 

    '무척 재밌당' 새삼 내 남편이 바른 말 고운 말 쓰는 예쁜 청년이구나, 라는 생각에 마음이 몽글몽글 해졌습니다. 만화적으로 표현하자면  눈에서 몽실거리는 하트가 수십개가 나가는 장면이 적당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외치겠죠.


    "카와이이이~"


ㅈㄴ 말고 


    여기에 차마 쓸 수 없는 'ㅈㄴ'라는 표현이나 '개'라는 표현을 써서 강조하는 사람들을 많이 봅니다. 남편 친구들도 가끔 쓰는 데 왜 쓰는지는 알거 같습니다. 뭐랄까, 수치로 따지면 10점 만점에 10000점을 부여하는 느낌이랄까.  확 와닿고, 격한 감정이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그래도 저에게는 그 단어가 주는 불쾌한 느낌을 지울 수는 없더라구요. 그래서 누군가가 그 단어를 반복해서 쓰면 그 사람의 이미지를 부정적으로 생각할 수 밖에 없는 표현이기도 합니다. 


    '무척'을 발음하면 감정을 10점만점을 최고라고 하면, 10점에 딱 맞추려고 마음을 농축하고 정제한 느낌이 듭니다. 그래서 그 안에 더 진한 감정의 농도가 느껴진다고 해야할까요? 물론, 저만의 생각입니다. '무척'의 유의어로는 아주, 엄청, 더없이, 많이, 굉장히, 몹시, 매우 등이 있습니다. 제가 글을 쓰거나 말을 할 때, 골고루 많이 쓰는 표현입니다. '무척'은 제가 잘 쓰지 않아서 남편이 썼을 때 신선하게 느꼈나봅니다. 그리고 앞으로 이 '무척'이라는 단어를 사랑하게 될 거 같습니다. 


'무척' 사랑스러운 남편과 함께 해서 감사한 오늘입니다. 
요즘하고 있는 색연필 드로잉 '무척' 재밌습니다. 
이번주도 '무척' 고생많으셨습니다. 행복한 3일 연휴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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