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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라보고 Dec 26. 2023

내년 크리스마스에는...

D-66

크리스마스 연휴


    크리스마스가 지나갔습니다. 저희 부부는 집에서 김치찜과 와인, 케이크를 먹으면서 조촐한 파티를 즐겼습니다. 늘어진 잠옷차림에 생얼로 찍은 파티 인증샷은 저희 둘만의 추억으로만 간직하면서 말입니다. 참 길고 평온한 3일이었습니다. 크리스마스이브날 시부모님께서 남편에게 전화를 하셨었습니다. 


    "크리스마스인데 어디 안 나갔나?"

        "그냥 집에서 밥 먹고 케이크 먹고 그러고 있지, 뭐~"

    "한참 나가 놀 나이 아니니? 신혼이고~ 왜 안 나가고?"

        "집이 제일 편하죠~"

    "그래? 뭐, 그래. 크리스마스가 뭐 별일은 아니지. 둘이 편하게 잘 쉬면 되지~"

        "응응, 둘 다 집이 제일 편해서"


    대화를 듣고 있으니, 뭔가 우리 부부 둘 사이가 루즈하고 재미없게만 느껴졌습니다. 특별한 이벤트를 하거나 외식을 하거나 어디를 나가진 않았지만, 저희 둘이 도란도란 잘 지내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남편의 가라앉고 다운된 목소리가 괜히 마음에 걸렸습니다. 부모님이랑 통화할 때 무뚝뚝해지는 남편이 괜히 밉게 느껴졌습니다. '톤을 좀 올려서 밝게 말하지~진짜 뭔가 권태로움이 느껴지잖아~'라고 말하려다가 그만두었습니다. 워낙에 호들갑 떠는 걸 안 좋아하고 원래 그런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기도 했고, 저만 또 그렇게 느꼈을 수 있으니까요. 


    "아버님~ 네네~ 어머님이 주신 김치로 맛있게 김치 찜해서요~ 와인이랑~ 같이 먹었어요~ 지금은 케이크랑 같이 먹으면서 드라마 보고 있어요~" 

    "어어~그래. 둘이 잘 지내니 좋네~"


    그냥 제가 톤을 한 껏 높여 아주 자세하고 호들갑스럽게 이야기하는 걸로 대신했습니다. 


    7년째 같이 크리스마스를 맞는 저희는 지난 크리스마스는 어떻게 보냈나 생각이 안 날 만큼 평온하고 즐거웠습니다. 연애 초반의 특별한 날에 대한 데이트에 대한 로망도 없어진 지 오래입니다. 연휴는 나만 우리 커플만 쉬는 게 아니라 다 쉬는 거라, 가고 싶은 곳, 이쁜 곳, 핫한 곳은 늘 사람이 많았고, 사람 많은 곳에 가면 '오오 우리가 이렇게 핫한 곳에 왔어. 좋긴 좋다~'라고 생각하는 건 아주 잠시고, 피로도가 급격히 쌓이는 것을 경험한 뒤로는 연휴에는 집! 이 공식처럼 자리 잡았습니다. 둘 다 종교도 없습니다(저는 있다가 없어졌습니다). 그저 온전히 우리만의 시간을 보내면 되는 거지요. 밥 먹고 드라마 정주행하다가 다시 밥 먹고 아이스크림 먹고 떠들다가 잠들고를 반복하는 무척 좋은 연휴였습니다. 


 내년 크리스마스에는 어디에 있을까?


    문득 내년 크리스마스는 어디에서 보내게 될는지 궁금했습니다. 


    "우리 내년 크리스마스에는 어디에 있을까?"

남편은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다는 표정이었지만, 한국은 아니란 게 확실하니 바로 대답했습니다. 

    "베트남이지 않을까?"   

    "그러려나? 난 크리스마스 축제 크게 하는 그런 곳에 날 맞춰서 가서 즐겼으면 좋겠어. 유럽이나 미국? 그렇지 않나?"

별생각 없어 보이던 남편이 갑자기 침대에서 흘러내리던 몸을 일으켜 세우더니 한 톤 높아진 목소리로 말하더군요.

    "나는 각 나라마다 크게 하는 축제들 있잖아. 그 시기에 맞춰서 가서 보고 싶어!"

뭔가 저와 생각이 같다니 저도 신나서 한 톤 더 높여서 흥분하면서 말했습니다.

    "그그그~ '걸어서 세계 속으로' 거기 보면 그런 거 많이 나오잖아. 맞아. 나도 그러고 싶다~오오 자기야, 엄청 많아. 자기도 들어봤지 독일 옥토퍼페스트 축제나 스페인 토마토 축제나 태국 송크란 축제라던가~이거 봐~ 축제도 엄청 많다!"

    "그러네~ 내년에 떠나봐야 알겠지만, 가면 되지~ 골라잡아서 하나씩이라도 가보자~"

    사람 많은거 싫어한다고 하던 사람들이 맞나요? 하핫.


    정말 내년 크리스마스에는 어디에 있을지 모릅니다. 둘이 같이 어느 곳에 얽매이지 않는 삶을 살기로 선택한 한 순간, 어디든지 갈 수가 있는 거니까요. 그때 자금사정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지금은 마음껏 설레어보기로 합니다. 그 설렘이 저희가 하루를 아주 알차게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으니까요. 가보고 싶은 축제 목록을 정리하면서 글을 마쳐봅니다:)


독일 뮌헨 옥토버페스트 축제/9월 말-10월 첫째 주 일요일까지/16일
브라질 리우 카니발 축제/2월 말-3월 초/4일
일본 삿포로 눈 축제/2월 초/8일
태국 송크란-물 축제/4월 13일-15일/4일
스페인 부뇰 라토마니타-토마토 축제/마지막 주 수요일
이탈리아 베네치아 카니발 가면 축제/1월 말-2월 초/약 18일
멕시코 죽은 자의 날/10월 31일-11월 2일
아일랜드 성 패트릭데이/3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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