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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인 Nov 21. 2022

그런 밤들이 있지

침대에 비스듬히 누워 책을 읽다가 눈이 스르르 감겨 잠이 드는 밤.

몇 시간을 자다가 새벽에 괜히 눈이 떠지는 밤.

눈은 피곤하고 얼른 자라고 말썽인데 생각이 많아 쉽게 잠들 수 없는 밤.


오늘은 심장이 생생하게 뛰며 ‘서울에서 적응하기란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지.

자주 가던 성신여대 골목이 떠올랐는데 그마저도 낯설게 느껴져서 무서웠어.

아직도 도로 표지판에 적힌 ‘서울시’라는 세 글자를 보면 내 것이 아닌 걸 가진 것 마냥 생소하기만 해.


요샌 전기장판을 틀어놔서 등은 따뜻한데 공기는 차가워.

그래서 이불을 덮으면 덥고 안 덮으면 추워.

이불 밖으로 발만 빼꼼 내밀어서 열을 식히는데 그런 모습이 꼭 서울에서의 나 같아.

서울이라는 도시에 친근함을 느끼지 못해 한없이 추워질 때면 이불을 덮는데 그러면 또 답답하고 갑갑하고 그래.


동생이랑 둘이 지내는 이 집이 이렇게 크고 추웠나?

서울에서 지내게 될 첫겨울은 또 어떤 모습일까.

너무 춥지 않았으면 좋겠다. 마음까지 시려질지 모르니까.

그래도 눈은 왔으면 좋겠다. 눈 오는 날은 학교를 가지 않는 날처럼 마음이 들뜰 테니까.


서울의 새벽 1시 30분, 배경처럼 깔린 오토바이 소리가 간간이 들리는 밤.

한쪽으로 돌아누워 글을 쓰고 있으니 장판을 깔아놓은 쪽이 차가워지고 있다. 더 차가워지기 전에 등을 대고 누워 나의 온기를 나눠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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