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은 김밥 나잇

Maria and family

by sarah

스웨덴 / 현재 스톡홀름 거주 / 가족 여행자

Maria & family

스웨덴에서 온 네 가족이 함께 김밥 만들기 워크숍에 참여했다.
15살, 18살 두 아들과 부모님.
다 큰 아들들과 부모가 함께 여행을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놀라웠지만,

두 시간 동안 곁에서 지켜본 이들은, 사랑이 가득한 아름다운 가족이었다.


첫째 아들은 고등학교를 마치고, 스웨덴과 다른 문화를 경험해보고 싶어 한국을 선택했다고 했다.
K-pop 팬이거나,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한국에 대해서 정말 아는 것이 하나도 없는 상태에서, 단지 일본의 옆 나라여서 선택한 것이라고 했다.


“스웨덴에서는 일본 문화가 유행이에요. 많은 사람들이 일본어를 배우고, 일본 여행을 가요. 그런데 저는 좀 다른 걸 해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바로 옆 나라 한국을 선택했는데, 정말 잘한 선택 같아요!”


7개월 동안 어학원에 다니며 한국인 가정에 홈스테이 생활을 했고, 이제 그 시간을 마무리하며 가족 모두가 한국으로 날아와 함께 여행 중이었다.


“아들이 저희를 데리고 다녀요. 한국어도 잘하고, 여행 코스도 짜주고요.
지난 7개월 동안 아들을 못 본 게 보람찰 정도로 대견하고 뿌듯하네요.”

부모님의 얼굴엔 뿌듯함이 가득했다.


“스웨덴에서는 고등학교를 마치고 바로 대학에 가는 게 보편적인가요? 아니면 쉬거나 다른 경험을 하는 문화인가요?”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한국에서는 의례 고등학교를 마치면 대학을 당연히 가는 코스인지라, 스웨덴의 문화도 궁금했고,
이제 막 성인이 된 자식을 매우 낯선 나라 한국에 7개월이나 홀로 보낸 부모님의 마음이 궁금하기도 했다.


아빠가 이렇게 말했다.

“혹시 나빌레라라는 드라마 아세요?”
나는 고개를 저었다.
‘들어는 본 것 같은데… 보진 않았어요.’

“정말 인생 드라마예요.”
아빠는 줄거리를 나에게 술술 풀어내셨다.

70세의 은퇴한 할아버지가 친구의 죽음을 계기로, 남은 인생을 후회 없이 살고 싶다는 결심을 하게 되고,
평생 가슴에 품었던 발레리노의 꿈을 이루기 위해 뒤늦게 발레에 도전하는 이야기라고 했다.


“나이와 상관없이, 그리고 남 눈치 보지 않고 새로운 도전을 하는 그 할아버지의 모습이 너무 감동적이었어요.
인생은 생각보다 짧고, 남 눈치 보며 살기엔 너무 아쉽거든요.
그래서 저는 아이들이 하고 싶은 게 있다면 언제든지 응원해요. 모두가 고등학교 졸업하고 곧바로 대학에 가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지만, 그게 정답은 아니에요.

각자 자신에게 맞는 길을 찾아갈 뿐이죠.


그리고 나를 보며 덧붙였다.

“당신도 그렇잖아요. 어려운 공부를 마치고 약사까지 되었는데,
지금은 이렇게 푸드파머시를 운영하며 사람들을 만나고, 삶을 나누고 있잖아요.
그 여정을 정말 멋지다고 생각해요. 진심으로 응원해요.


순간, 가슴 깊은 곳이 찡해왔다.
오늘 처음 만난 사람의 말이었지만, 그 안에는 삶의 본질을 꿰뚫는 진심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워크숍 내내 가족은 마치 오래 준비해온 팀처럼 협업했다. 서로의 부족한 점을 도와가며, 마치 오랫동안 김밥을 말아 온 듯 잘 만들었다.

“저희 가족은 늘 금요일 저녁마다 함께 저녁을 준비해요. 타코 나잇’이 전통이었는데…”

엄마가 웃으며 말했다.

“이제는 ‘김밥 나잇’으로 바꿔야겠어요! 어때 얘들아?”
모두가 좋은 생각이라며 웃었다.

여행지에서의 요리 수업은 낯선 음식을 배우는 시간이라기보다는, ‘새로운 가족의 리추얼’을 만들어가는 순간이었다.

식사를 함께 준비하고, 한 끼를 둘러앉아 나누는 일상은 그들 가족에겐 그냥 ‘식사’가 아니라, 삶의 리듬이자 유대의 시간이었다.



요즘 우리 사회는 너무 바쁘다.

아이들은 학원에서 하루를 보내고, 아빠는 늦은 야근에 지쳐 들어온다.
온 가족이 한 자리에 모여 식사하는 일조차 어려운 시대.

스웨덴 가족을 보며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과연 우리가 놓치고 있는 건 무엇일까?

가족이 서로를 존중하고, 식사를 함께 준비하며, 마음을 나누는 시간.

소소하지만 중요한 리추얼이야말로,

우리가 지켜야 할 가장 따뜻한 가족의 풍경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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