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 인도에 살고 있습니다
"내가 얼마나 많은 것을 가진 사람인지 감사함을 느끼고 싶다면 인도로 여행을 가. 그렇지만 관광과 휴식이 목적이라면 인도는 절대로 가지 마."
회사일에 지쳐 이번에는 어느 나라로 휴가를 떠나볼까 고민하고 있던 나에게 사촌 동생이 해 준 말이다. 그 당시 인도로 한 달 여행을 다녀온 사촌 동생은 인도가 선사해 준 물갈이로 엄청난 고생을 하고 여행 내내 바나나만 먹고 다녔다고 했다. 10년도 더 전의 일이긴 하지만 그때부터 나는 인도를 내 여행지 리스트에서 제외해 버렸다.
그런데 나는 지금 인도에 살고 있다.
인도에 가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은 작년 9월쯤 알게 되었다.
너무 많은 회사일과 육아를 아슬아슬하게 병행하는 생활이 몇 년간 계속되었다. 나는 과연 이 생활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마음속에 늘 의문을 가진채 하루하루 버텨 나가고 있었다. 현실을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을 무렵, 남편이 주재원 오퍼를 받았다.
그런데 그 나라가 하필 내 여행지 리스트에서 오래전에 제외했던 인도였다. 오퍼를 수락하느냐 마느냐 생각할 수 있었던 시간은 길지 않아서 짧은 시간 동안 정말 머리가 터지게 고민했다. 주변 사람들도 하나같이 다 "그 험하다는 곳을?"이라는 반응들.
인도에 대한 안 좋은 뉴스는 네이버 세계 뉴스 카테고리에 이틀에 한 번 꼴로 등장했고
위험하고 지저분한 인도 길거리는 여행 유튜버들의 단골 콘텐츠.
그런 면만 보자면 가야 하지 않을 이유는 너무 분명했다. 내 직업 버리고, 부모님과 친구들을 떠나 선진국도 아닌 여행으로도 가본 적 없는 낯선 땅 인도라니. 게다가 그렇게 공기도 안 좋고 길거리를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조차 없다는데.
그러나 어쨌거나 나는 직장을 그만두고 인도에 왔고 인도살이 6개월이 채 안된 지금 아직도 적응해 나가는 중이다.
나는 이곳에 여행 온 게 아니라 살러 왔다.
그렇기 때문에 당연히 더 힘든 점도, 더 좋은 점도 있다.
이 기록은 내 적응의 기록이자 나의 첫 번째 외국 살이 인디아 라이프에 대한 이야기다.
내가 발 딛고 있는 이곳을 한 뼘이라도 더 이해하고, 이해한 만큼 깊어진 마음으로 이곳을 느껴보고자 하는 노력의 기록이다.
나는 지금 인도에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