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방 연대 vs 악의 연대
1.
글쓰기의 주제인 ‘연대‘가 가시처럼 목구멍에 걸려 좀체 내려가지 않는다. 주제의 문턱을 넘지 못해서 전전긍긍한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니 이력이 생길만도 하건만, 내 욕심과 능력 사이의 괴리는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2.
‘하방연대의 의미는 기업 노조는 중소기업 노조와 연대해야 하고, 남성 노동자는 여성 노동자와, 정규직은 비정규직과 연대해야 하고, 노동운동은 농민운동, 빈민운동 등 약한 운동 조직들과 연대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더 진보적인 사람이 덜 진보적인 사람들과 연대하는 것도 포함됩니다.’ - ‘담론’, 신영복
3.
‘악의 연대기’는 2015년에 개봉한 범죄 스릴러 영화로, 배우 손현주가 주연을 맡아 큰 화제가 되었던 작품이다. 이 영화는 권력을 이용한 악의 은폐가 더 큰 악의 고리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보여주며 사회의 부조리한 관행과 침묵의 연대를 다룬다. 작금의 세태가 바로 그 완벽한 본보기다.
4.
신영복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하방 연대’가 약자의 손을 잡고 세상의 불평등에 맞서는 선한 연대라면, ‘악의 연대기’에서 드러난 침묵의 연대는 공동체를 파괴하는 악의 연대다.
약자의 편에 서는 일은 개인의 희생을 담보로 할 때가 많다. 편안한 침묵을 선택하는 이유다. 하지만 안락한 한 순간의 선택이 결국 어떤 세상을 만드는지 우리는 잘 알고 있다.
5.
하방 연대니, 악의 연대니 하면서 옳고 그름을 가리는 일이 허탈하고 허무해진다.
사회적 약자에게 하방 연대를 가르치고, 악의 그물에 갇힌 자에게 은폐된 악의 실체를 설명하는 우스꽝스러운 일에 이렇게 진을 뺄 일인가 싶어서다.
목구멍에 박힌 가시 같은 ‘연대’가 여전히 불편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우스꽝스러운 일들을 반복하는 이유가 있다. 이 소심한 글쓰기는 악의 연대가 되풀이 되는 일을 막고 싶은 나만의 리츄얼(Ritual)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