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금방.
좋아하는 것들을 두고 가지 않아도 되는 날이
올 것이다.
창밖을 죄 적시는 겨울비가 한창이다.
나는 세들어 앉은 황량한 부엌에서
회당 1.7리터의 석회수를 몇 번째나 끓였을지 모를
전기주전자로부터 얻어 온 찻잔 안으로
끓는 물을 붓는다.
400개들이가 고작 5유로 남짓 했던가,
홍차 티백이 나의 하루처럼 잠긴다.
떠나오느라 두고 온 좋아하는 것들을 이따금 떠올린다. 또 쌓지 못하는 추억이 아쉽다.
나의 매일을 빌린 것에 얻은 것에 담는 것이,
이따금 이렇게 서글프다.
몇 년 전 저녁 식사를 함께했던 런던 노부부의 집,
붙박이 유리장 안에 가득했던 쉐리 글라스들.
짝이 맞지도 않고 무늬도 제각각인 그것들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오래 쌓인 그들의 인생이 세공된 유리의 표면에서 여러 겹으로 반짝이고 있었기 때문에.
나의 벽장은 지금 구색이 맞지 않는 그릇과 찻잔들로 가득하다.
내일은 오며 가며 눈길만 주었던 엔틱 샵 쇼윈도를 찬찬히 보고 싶다.
금색으로 테두리를 덧입힌 예쁜 접시가 갖고 싶다.
떠도느라 깨어질 추억이 될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