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포드대학교와 최고가 집값으로 유명한 소도시
샌프란시스코에서 남쪽으로 내려가면 날씨가 건조하면서도 녹진해진다.
분명 기온이 크게 높지도 않은데 남쪽으로 가는 차에서 멀미도 몇번 났었다. 북쪽 마린 카운티로 갈때는 전혀 이런 증상이 없었는데 남쪽의 땅의 기운이 광활하고 강한 것 같다.
업무상 스탠포드대의 컨텐츠를 가장 많이 접하게 되어 나에게는 좋든 싫든 샌프란시스코 다음으로 베이지역에서 친근하게 느껴지는 지역은 팔로 알토이다. 작년 1월 도착해서 팬데믹 이전인 2월 말까지 스탠포드 대학에 거의 매주 갔었다. 차를 모는 동료가 있을땐 같이 가기도 하고 아닐땐 cal train을 타고도 가봤다. 기차로는 샌프란시스코역에서 팔로알토역까지 1시간이고, 아침엔 9시 30분 정도까지 급행을 운영해서 35분 정도면 도착하는 기차도 있다. 미국의 기차는 뉴욕에서 코네티컷으로 가는 amtrack 을 타봤는데 내 느낌엔 서부 사람들과 시스템은 쿨해보이고 동부 사람들과 시스템은 좀 더 정감있어 보였다. 주로 엔시나 홀에 가서 여러 연구소에서 하는 강의에 참석했는데, 팬데믹 이전 마지막으로 방문했던 강의는 80대의 하버드대 조셉나이 교수의 'do morals matter' 저서 출간 기념 방문 강연이었다.
우연이지만 적재적시에 나에게 필요한 지식을 하나하나 가르쳐주는 커리큘럼인듯이 지난 1년간의 세미나가 연결되었다. 판데믹이 장기화 되면서 웨비나 형식이 계속되었고 쉬지 않고 계속 일하고 지식을 쌓아나갔다. 웨비나는 매우 건조한 작업이었는데, 현재로서는 과연 그것이 가능할지 상상도 안되지만 정상화가 되고 그동안 지식과 영어를 더 늘린 내가 현장에서 강의를 듣고 더 자유롭게 활약할 수 있는 날이 온다면 지나치게 고요했던 나날들이 원망스럽지 않을 것 같다.
키가 큰 나무라는 뜻의 스페인어인 팔로알토 라는 이름답게 주변엔 나무가 가득하다. 개인적으로는 하버드대에 애착을 가지고 있었는데 작년에 직접 가본 적은 있지만 실제로 내 인생과 연계된 것은 스탠포드 대학교이다. 어찌되었든 나는 이 연계에 감사하게 생각한다.
스탠포드라는 거장으로인해 팔로알토 자체의 매력은 다소 덜 알려진 듯한데, 팔로알토에서 방문하는 음식점이나 카페는 대부분 훌륭하다. university way 라는 도로를 따라서 레스토랑과 샵들이 이어지는데 커피로 유명한 verve와 coupa cafe 1호점도 팔로알토 시내에 있다. coupa cafe의 원두는 지나치게 다크로스트의 느낌이 있고 verve에서 에티오피안 원두를 사왔는데 이것은 색상도 밝고 매우 산뜻하다. 지금까지 내려마신 원두 중 가장 맘에 들었던 것은 블루바틀의 벨라 도노반 원두 소포장이다. 갈아놓은 원두의 신선함이 눈으로도 느껴지고, 진하면 진한대로 연하면 연한대로 매우 맛이 산뜻하면서도 빠짐없는 바디감이 있고 시거나 쓰거나 떫은 느낌이 적다.
샌프란시스코에서 가정 생활용품점으로 crate and barrel, pottery barn, willam and sonoma가 접근성이 좋지만, west elm은 제조공장만 있고 샵이 없는 것 같아서 팔로알토에 오면 들러본다. 크레이트앤배럴의 식기와 커트러리류는 튼튼하고 모양도 좋아서 가장 좋아하고, 포터리 반은 접시를 하나 깬 적이 있어서 구입을 안하게 되고, 윌리엄 소노마는 한국에도 있기도 해서 크레이트앤 배럴을 가장 자주 이용하고 있다. 매끈한 파스타용 접시는 마땅한 디자인을 찾지 못했는데 마침 west elm에서 생각하던 디자인의 접시가 가격도 매우 훌륭해서 사올 수 있었다.
팔로알토 시내의 분위기와 매너는 샌프란시스코 보다는 좀 더 정감이 있고 친절하다. 애플스토어 앞 경찰들도 다른 지역보다 친절하고 마음을 편하게 해준다. 제과점은 특히 프랑스식 베이커리인 마드모아젤꼴레뜨를 강력추천한다. 바게뜨를 먹고가는 경우 프랑스 부르디에 버터와 함께 서빙하는 메뉴가 있다. 파리브레스트를 맛보았는데, 크림의 단단함 정도와 살짝 바스락 거리게 처리한 느낌등 밸런스가 훌륭했다. 한국 포시즌호텔의 파리브레스트의 모양이 마음에 들어 두번 정도 사먹은 적이 있는데 이보다 못했던 기억이다.
근처 스탠포드대 쇼핑센터는 깨끗한 쇼핑 빌리지와 유명백화점 몇개가 한번에 들어와 있어서 쇼핑을 하기에 편리하다. 샌프란시스코 시내처럼 한군데 좋았다가 한군데는 위험한 느낌이 없고 그냥 모두 편안한, 시애틀의 u-village느낌이 나는 곳이다.
팔로알토의 주택가격은 미국 전역에서 가장 높다고 한다. 편리한 생활환경, 1년 내내 쾌적한 기후, 사립학교는 물론 공립학교도 전국적인 명성을 지녔고, 병원과 편의시설까지 빠짐 없다. 도시인 샌프란시스코에 비해서는 약간 심심해 보여도 따스한 햇살도, 울창한 나무도 모두 더 안정적인 생활을 약속하는 곳이다. [miss pis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