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수리 나무아래 두고

‘봄밤엔 자해 금지’라고 입구에 큼직하게 써놓을게

by 이은



'봄밤엔 자해 금지'라고 입구에 큼직하게 써놓을게



한밤 아직 꽃송이가 매달린 우크라이나산 나무 한 그루를

끓는 물에 던진다

머리카락이 출렁이고 스러지고 흩어지고

우리는 다정히 가라앉아 머리를 땋고 서로에게 침을 뱉는다


벼랑에 선 너를 보았다


‘날아봐 날아봐’

날개를 떼어내고 상처 난 등을 도닥이던

이건 악몽이야 죽어도 죽지 않는 너는

침상 머리에 숨어 오래 숨을 참는 연습을 했다


더 늦기 전 너를 건져 매장하기로 한다

폭죽이 터진다


애끼발가락에 붕대를 감아주며

뭐라고 약속했더라 기억이 나지 않는 나는


파란 날개만 수북했던 여름병원의 언니야

그날의 축제는 대단했지 날아봐 나비야

날아봐 독한 년,


간호사가 뛰어와 뺨을 때리는 이런 장면의 꿈은 도무지

악몽이야 죽어도 죽지 않는


선인장 벌레를 손가락으로 꾹 누르자

오른손 검지에 붉은 가시가 박힌다

검지로 입술을 바르는 동안 너는 내 머리카락을 자르고

계단은 일방통행이라고 붙였다


입술은 자꾸 부풀어 오르고

계단 아래는 조금씩 사라졌다


언니야, 오늘 밤 나비공원으로 와줄래? 입구가 사라지면

우리는 말랑한 가시를 밟고

봄밤의 왈츠를 추게 될지도 몰라

쏟아지는 뒤꿈치를 진열대로 끌어모으고 파란 붕대를 감을 거야

이런 밤에는 귓속말을 해줘야 할 텐데


살고싶어




'봄밤엔 자해 금지'라고 입구에 큼직하게 써놓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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