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수리 나무아래 두고

나는 투명한 관*에 눕고 싶다

by 이은

길을 걷는데 폭우가 쏟아졌다

햇볕 아래였고 순식간의 일이었다

순식간이라는 건 천둥 번개처럼

순식간에 일어나 버린다

어쩔 도리가 없는 것이다

신까지 젖으니 정말 도리가 없다

없으면 그뿐이다 나도 어쩔 수 없이

흠뻑 젖는다 젖은 채로도

걷는것이다


몸을 따라 아래로 낸 물길은 신발 안을

흘러 넘치지만 어디로도 도망하지 못 하는

열 개의 발가락은 퉁퉁 불고

조금만 더 참고 걸으면

허연 배를 뒤집고 연못에 둥둥 떠오른

어린 새


직선으로 내리 꽂히는 빗방울

그것들은

죽은 몸에도 꽂히지만

죽음은

사는 게 사는 게 아니어서

어디 하나 피할 곳이 없는 것이다

꽂힌 바늘을 꽂은 채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죽어가는 것이다

어쩔 도리가 없는 것이다




* 다와다 요코 [목욕탕] 에서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