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셔터

by 김주영

웨인 왕 감독의 영화 <스모크>(smoke)에는, 브루클린에서 작은 담배 가게를 운영하며 매일 아침 같은 장소에서 사진을 찍는 중년 남자가 등장한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사람이 있으나 없으나, 상관하지 않고 3,000일이 넘는 시간 동안 사진을 찍고 있다.


그는 특별히 찍고자 하는 피사체가 없다. 정확히 정해진 시간에 단지 셔터를 누를 뿐이다. 그의 사진은 순간의 우연성에 셔터를 내맡긴다.


그에게 사진을 찍는 행위는 무엇일까?


가와우치 아리오의 논픽션 <눈이 보이지 않는 친구와 예술을 보러 가다>에는 미술관을 다니는 시각 장애인이 등장한다. 그는 거리를 산책할 때, 카메라를 가지고 다니며 사진을 찍는다. 눈이 보이지 않으므로 무엇을 찍기 위해서가 아닐 것이다.


그는 왜 사진을 찍을까?


한 사람은 모든 것을 볼 수 있지만, 보는 대신 ‘찍는다’.

한 사람은 아무것도 볼 수 없지만, 그래도 ‘찍는다’.

두 사람 모두에게 중요한 건, ‘보이는 것’이 아니라 ‘찍는 행위’다.


이들에게 사진을 찍는 행위는 피사체를 기록하거나 저장하는 행위가 아니다. 셔터를 누르는 행위가 중요하다.


카메라 셔터는 이들에게 현존을 자각하는 스위치 같다. 사진은 대상이 존재했음을 증명하기도 하지만, 찍는 사람이 존재했음을 증명하기도 한다. 우리는 사진 속 대상을 보지만, 그 대상 앞에 서 있던 누군가의 시선도 함께 본다.


우리는 영화를 보지만, 어쩌면 영화가 우리를 보는지도 모른다-나라는 존재를. (*)




VTS_01_1.VOB_000726726.jpg 영화 <스포크>에서 브루클린 거리를 찍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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