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잇는 일
20세기 초 영국에는 시간을 배달하던 여인이 있었습니다. 시계의 분침과 시침이 아직 믿음직하지 않던 시절, 그녀는 일주일에 한 번 그리니치 천문대까지 가 시간을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그 시간을 들고 런던 곳곳을 돌아다니며, 필요한 사람에게 알려주고 돈을 받았습니다. 은행이나 변호사 사무실, 시계 판매점, 혹은 정확한 시간이 궁금한 개인들에게 말이죠. 시간을 사람들에게 판매한 셈입니다.
시간을 판다고? 처음에는 사업 수완이 대단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마치 대동강 물을 팔겠다고 나선 봉이 김선달처럼요. 그러다가 이 여인이 시간을 알려주기 위해 시내 이곳저곳을 누비는 모습을 상상해 봤습니다. 새가 되어 상공에서 그녀의 궤적을 내려다봤습니다. 그 궤적이 마치 하나의 실처럼 느껴졌습니다. 바늘에 매인 실처럼 그녀는 시간을 매개로 사람들을 꿰매고 있었습니다. 그녀의 행위는 순례와 같았습니다.
저도 글을 쓰며 시간을 배달하던 여인처럼 사람들을 연결할 무언가를 갈망하고 있는 듯합니다.
‘그리니치 시간 부인(Greenwich Time Lady)’이라 불렸던 루스 벨빌은 86세까지, 거의 50년 동안 시간을 배달했습니다. 저는 요즘, 무엇을 오래 배달할 수 있을지를 생각해 봅니다. (*)
/이미지는 AI로 구현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