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산책 고양이 토토

by 김주영

안녕하세요! 나는 토토예요.


2년 전 이 집 뒤뜰에서 태어났어요. 꽃향기가 은근하게 퍼지던 초봄이었죠. 그때 나와 같이 태어난 네 남매도 지금 이 집에 함께 살고 있답니다. 이곳을 <우주산책>이라고 부른다는 건 나중에 알았습니다.


나를 낳아준 엄마에 대한 기억은 없습니다. 어느 때부턴가 우리 남매에게 손을 내밀고, 먹이를 주던 건 <우주산책>에 사는 부부였습니다.


집 주변에서 뛰놀다가 날이 어두워지면, 톤이 높고 부드러운 소리의 여자가 우리 남매를 부릅니다. 그러면 우리는 별채로 들어가 여자의 품에 안기기도 하고, 옆구리에 기대기도 하면서 잠을 청합니다. 우리는 이 여자가 엄마 같은 게 아닐까, 생각하곤 합니다. 그건 뭐 아무래도 좋습니다.


낮고 굵은 소리의 남자는 여자만큼 눈에 자주 띄지는 않습니다. 나비를 쫓아 뛰다가 집안에 들어서면 가끔 남자가 웃는 얼굴로 나를 반깁니다. 남자는 나를 번쩍 안아 어깨에 걸치려 하지만, 딱딱한 뼈가 내 팔다리와 부딪혀 불편해요. 남자는 눈치도 없이 그게 나에 대한 최고의 애정 표현이라도 되는 듯 활짝 펼쳐진 얼굴로 나를 쳐다봅니다. 남자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고 몸부림을 쳐야 나를 바닥에 내려놓습니다. 나는 후다닥 냉장고 위로 피신합니다. 나를 바라보는 남자의 얼굴을 보아하니, 아쉬움이 가득한 것 같습니다.


나는 눈이 하나 없습니다. 아기 때부터 눈에 고름이 심해서 한 쪽 눈을 제거해야만 했습니다. 남매 중에 셋이 그렇습니다. 눈 하나로 살지만, 큰 불편은 없습니다. 새나 쥐를 사냥할 때 상대를 제대로 가늠하지 못해 불편하기도 하지만, 어차피 먹으려고 잡는 게 아니니까요, 상관없습니다. 이제 눈 하나로 사는데 완전히 적응했답니다.


쿠션 위에서 앞발로 턱을 괴고 비몽사몽 잠에 빠져 있으면, 가끔 남자가 다가와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곤 합니다. 그 순간이 남자에게는 좋은 모양입니다. 너무 귀찮게만 하지 않는다면, 남자의 동작에 맞춰서 포즈를 취해주곤 합니다.


이 남자와 여자가 집사로 불린다는 걸 나중에 알았습니다. 여자 집사와 남자 집사. 나는 여자 집사를 ‘우주’, 남자 집사를 ‘산책’이라 부르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사는 이곳은 ‘우주산책’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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