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강

반려동물의 죽음

by 김주영

우리 개가 무지개다리를 건넌 지 열흘이 지났다. 개가 지내던 뒤뜰을 쳐다볼 때마다 네가 다시 나타날 것만 같다. 뒤뜰에 엄나무의 마른 가지가 바람에 흔들리자 이내 현실을 자각한다. 마음 한편에 쓸쓸한 기운이 불어온다.


매일 한 집에서 같이 생활하던 생명이, 하루아침에 사라져 버리는 건 이상한 일이지만, 생각해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죽음은 늘 삶의 옆에서 나타난다.


반려동물이 세상을 떠나면 내 마음에 강줄기가 새로 그어진 느낌이다. 그 강 건너편에는 죽음이라는 미지의 세계가 있고, 나와 반려동물이 함께했던 순간들이 강물이 되어 흐르고 있다.


햇살이 유난히 빛나던 아침에 너는 떠났다. 추위는 유독 매서웠다. 너는 울타리 입구를 향해 모로 누워 있었다. 밥을 주거나 산책하러 나가기 전에 늘 마주 보던 그 자리였다. 너는 마지막까지 우리를 보고 싶어 한 것일까?


죽기 약 삼 주 전, 너는 다리에 힘이 다했는지 걷다가 주저앉아 버렸다. 이제 그 좋아하던 산책을 더 이상 할 수 없다는 걸 그날 알았으리라. 너와 산책하는 일상이 언제나 계속될 줄 알았으나, 노화는 너와의 산책을 멈춰 세웠다. 그 뒤부터 너는 급격히 가라앉기 시작했다.


진돗개였던 너에게 세상은 무엇이었을까? 아니, 비인간 동물이었던 너에게 우리의 만남은 무엇이었을까? 갓난아이 때부터 죽을 때까지 일생을 함께 보낸 너, 뽀!


모든 아기가 그렇듯, 너도 어린 시절, 귀여움 그 자체였다. 세상에 호기심이 가득했고, 고양이 형과 언니들의 애정을 독차지했다. 집에 온 손님들은 너를 마치 움직이는 인형처럼 좋아했다. 점점 자라 네가 어느덧 진돗개의 자태를 보일 무렵, 너는 더 이상 집 안에 있으려고 하지 않았다. 마당으로 나가 햇살을 만끽하고, 집을 지키기 시작했다. 이제 너는 집에 침입하는 낯선 동물에게 가차 없이 대했다. 어쩌다 넘어온 길고양이, 길 잃은 너구리, 모이를 찾아 땅으로 내려온 새, 때로는 수도 검침을 하러 온 사람까지 위협했다. 마치 너는 자신의 역할을 파수꾼으로 여기는 듯했다. 더불어 경계심도 함께 커졌다. 조상 대대로 전승된 진돗개의 기질일까?


네가 외부자를 경계할수록 나의 불안도 커졌다. 언제 벌어질지 모를 이방인을 향한 너의 공격을 막아야 했다. 그때부터 너는 울타리에서 지냈다. 그게 너를 위해서도 좋은 방법이라 생각했다. 개와 인간. 생명과 문명. 그 사이 어디쯤 내가 어쩌지 못하는 죄책감이 하나 싹텄다.


나이가 들수록 너는 유난히 겁이 많아졌다. 하늘에서 천둥번개가 치면 그것이 그칠 때까지 큰 소리로 컹컹댔다. 그래서 천둥번개가 있는 날이면, 나는 네 옆에 앉아 처마 밑으로 쏟아지는 비를 함께 바라봤다. 아침이건 새벽이건 상관하지 않았다. 어쩌면 그 순간이 너의 곁에 오래도록 머물렀던 시간이었으리라. 나도 너도 서로 함께 있다는 이유로 안심했다.


너는 무엇보다 산책을 좋아했다. 산책을 위해 목줄을 챙기면 너는 꼬리를 위로 세워 좌우로 흔들었다. 어서 나가자며 펄쩍펄쩍 뛰었다. 함께 마을 뒷산을 오를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나무며, 꽃이며, 흙이며, 공기며, 햇살을 한껏 즐기던 너의 얼굴이 어느 때보다 활짝 펴졌다. 나는 그 표정이 너의 웃는 모습이라 생각했다. 입은 귀밑까지 벌어졌고, 혀는 아래턱을 지나 목까지 늘어져, 얼굴 전체를 이완하여 숨을 쉬는 듯했다. 진돗개 특유의 반듯한 자세를 유지한 채 몸을 위아래로 통통 튀듯이 리듬감 있게 걸었다. 내 기억에 각인된 너의 이미지.


반려동물의 죽음은 사람의 죽음과 마찬가지로 복잡한 감정을 유발한다. 슬픔, 안타까움, 미안함, 고마움, 그리움…. 반려동물의 죽음은 누군가에게는 하나의 관계가 사라져 버리는 것이다. 그러므로 너에 대한 애도는 관계에 대한 이해다. 반려동물의 죽음도 장례의 시간이 보장되어야 한다.


우리가 자연의 일부이고, 삶과 죽음이 자연의 순환임을 받아들이면, 죽음 앞에서 한결 마음이 편안해진다. 진돗개 뽀는 우리를 만나 제 수명을 살다 갔다. 이 세상에서 우리와 만나 삶을 만끽하고 떠났다. 우리는 이 세계에서 서로를 아끼는 인연을 맺었다. 너와 맺은 인연, 정말 고마웠어.


내 마음에 강줄기는 앞으로도 계속 생길 것이다. 그렇게 강은 모이고 모여, 언젠가는 바다가 될 것이다. (*)

작가의 이전글노령견 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