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중앙시장의 한 헌책방에서 있던 일이다.
책을 하나 골라 펼쳤는데, 책갈피 사이에서 천 원짜리 지폐 한 장이 언뜻 눈에 들어왔다.
응? 뭐지? 왜 책 안에 돈이! 또 있을까 싶어 책장을 휘리릭 넘겨 봤다.
그랬더니 웬걸, 책 중간과 끝부분 갈피에 각각 천 원짜리 지폐가 꽂혀 있었다.
모두 합해 삼천 원!
나는 복권이라도 당첨된 것처럼 신나서, 책방 주인에게 책을 펼쳐 지폐를 보여주었다. 주인장은 말없이 씽긋 웃기만 했다. 혹시 주인장이 이런 놀이를 즐기는 건 아닐까. 우연히 집어 든 책 속에서 행운을 찾으라고. 어쩌면 책을 더 사게 하려는 고도의 상술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이 책의 원래 주인이 남몰래 숨겨둔 비상금일까. 아무튼 책을 보러 왔다가 생각지도 않은 공돈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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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아빠들은 비상금을 책 속에 숨겼다고 하던데. 나중에 찾으려다가 어느 책에 숨겼는지 알 수 없게 되기도 하고, 숨긴 사실을 새까맣게 잃어버리기도 하고, 그러다 딸내미가 우연히 펼쳐 든 책 안에서 그 비상금을 발견하는 웃지 못할 사태가 일어나곤 했다. 책은 지폐를 낱장으로 보관하기에 유용하다. 하지만 많은 책더미 속에서 찾기가 힘들 수도 있다. 그러니 책의 제목을 잘 골라야 한다. 예를 들자면 <돈의 방정식> 같은. 누가 알랴. 돈이 불어나는 마법을 부릴지.
지폐를 품고 있는 책. 책을 넘기니 돈이 나온다.
어느 한 물건이 제 용도와 다르게 쓰이는 일은 언제나 흥미진진하다.
책은 원래 이야기를 품는 물건인데, 그날은 천 원짜리 세 장을 품고 있었다. (*)
/이미지는 AI를 사용하여 구현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