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공공도서관에서 기간제 노동자로 일한 지 두 달이 지났습니다. 책을 정리하고 빌려주는 일입니다. 오후 1시부터 밤 10시까지 서가 사이를 분주히 움직입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도서관에서 일하는 건 분명 좋은 측면이 있습니다. 관심의 대상이 노동에 포함될 때, 그 일에 자연스럽게 동기가 부여됩니다.
반면에 오히려 그 때문에 당혹스러운 순간이 있습니다. 서가를 정리하다가 어떤 책 앞에서 종종 멈춰 서게 됩니다. 그 책은 오래전에 읽었던 책이거나, 좋아하는 작가의 미처 몰랐던 책이거나, 단지 제목에 끌려 내용을 궁금하게 만드는 책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책이 내 시선을 붙잡습니다. 그러면 그 책을 집어 듭니다. 그 자리에 말뚝 박힌 것처럼 서서 한두 페이지를 읽어 내려갑니다.
본능적으로 나온 행동이지만, 고용주의 관점에서는 근무 태만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분명히 신속한 일 처리와 거리가 먼 행동이니까요. 좋아하는 것을 노동의 대상으로 삼게 되면 이런 딜레마에 빠지곤 합니다. 내가 임금노동자의 역할에 충실해지려면, 이런 순간을 그냥 지나치는 자기 통제가 필요합니다.
노동시간으로 정해진 하루 8시간이, 오롯이 임금으로만 매겨질 수 있는 것은 아니겠지요. 고용된 시간 안에서도 개인의 시간은 서가 사이 어딘가에서 올곧이 자신만의 사유로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오늘도 서가를 정리하다가 드문드문 멈춰 섭니다. 책등에 적힌 제목을 보며 그 책이 품고 있는 내용이 무엇일지 상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