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나는 고양이를 소재로 짧은 다큐멘터리를 만든 적이 있다. 그때 아내에게 고양이가 왜 좋은지 물었다. 아내는 내가 기대했던 답변은 하지 않고, 선문답처럼 하나의 이미지를 얘기했다. 달빛 아래 앉아 있는 고양이를.
아내가 말한 이미지를 영상으로 구현하려고 AI를 이용해 가공의 이미지를 만들었지만, 결과는 부자연스러워 끝내 쓰지 못했다.
문득 그때 일이 떠올라, 그 이미지를 글로 구현하면 어떨까, 생각했다. 그래서 아래와 같이 상상을 해본다. 마치 끝나지 않을 습작처럼.
“모두가 잠든 밤, 귀뚜라미 소리만이 시골의 고요를 깨운다. 하늘에는 별과 달만이 어둠을 밝히고 있다. 별은 흩어진 모래알처럼 하늘을 수놓고 달은 하늘의 눈동자처럼 대지를 내려본다. 교교한 달빛 아래 한 고양이의 뒤태가 드러난다. 고양이는 야트막한 벽돌담 위에 앉아 있다. 검은 몸뚱이는 어둠에 흡수되어 형체를 알아볼 수 없고, 테두리만이 달빛을 따라 빛나고 있다. 시간이 멈춘 듯한 정물의 시간. 고양이는 인간이 활동을 멈춘 틈을 타 우주의 시간을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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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보면 아내에게 했던 질문은 바보 같은 질문이었다. 고양이와 살다 보니, 고양이를 좋아하는 데 이유가 없다는 걸 알게 됐다. 무언가를 좋아한다는 건 대개 이유가 없다.
달빛 아래 고양이는 지금도 내 안에서 영화의 한 장면처럼 빛나고 있다.
/이미지는 AI를 이용하여 구현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