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I의 각 요소는 상호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
국내 비즈니스 환경에 DEI(Diversity, Equity, Inclusion)라는 개념이 소개된지 몇 해가 지났지만 여전히 ‘ESG’처럼 막연하게 ‘큰 기업이 잘 지키면 좋을 것 같은 요즘 트렌드’ 정도로 인식되고 있는 듯 하다. 40여년 전부터 다양성에 대한 논의가 심도깊게 진행된 미국 등 서구 사회에 비해, 한국 내 기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인종적, 문화적으로 그다지 다양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다만 국내도 여성의 사회 진출이 본격화하면서 일하는 여성의 비율도 점점 높아지고 있고, IT 인프라의 발달로 거주지 및 신체장애 등의 제약을 이전보다 덜 받으면서 근무가 가능해졌으며, 생산가능인구의 지속적 감소로 외국인 채용 이슈가 대두되고 있는 점, 내수 부진으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고자 하는 기업이 많아지고 있는 점 등은 기업의 인사관계자들로 하여금 DEI 정책을 더 이상 좌시할 수 없게 만들고 있다.
우선 DEI의 각 구성요소인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은 종종 비슷한 의미로 묶여서 통용되는 경우가 있는데 사실 서로 다른 개념이라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 다양성은 지역사회나 인구 내의 광범위하고 다양한 범위의 그룹을 의미한다. 각자 개인의 속성이라고 할 수 있는 인종, 종교, 문화적 배경, 언어, 능력, 성별(성적지향) 등이 있다. 형평성은 이처럼 다양한 속성의 사람들에게 각자에게 맞는 공정한 대우를 해서 결과적으로 결과적 정당성이 보장되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고 포용성이란 이 모든 것들이 구성원의 적극적 참여와 호의에 의해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DEI의 각 요소는 그 자체로도 중요하지만 모두 상호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 다양하긴 한데 형평성이 고려되고 있지 않거나, 형평을 이루고 있지만 포용하는 분위기가 아니거나, 아주 포용적인 상황이지만 전혀 다양하지 않다면 그것은 DEI가 아니다.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글로벌 네트워크 장비 기업인 시스코(Cisco Systems Inc.)는 국내에 DEI라는 단어가 유행하기 훨씬 전부터 유연하고 다양한 인재 활용을 해온 것으로 HR업계에서 유명한 회사다. 우리가 지금 온라인 상에서 많은 일을 처리할 수 있게 해 준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를 꼽으라면 다양한 기기들 사이에 ‘말이 통하게 된 것’을 들 수 있겠다. 사람이 손쉽게 다룰 수 있는 개인용 컴퓨터(PC)가 막 개발되어 보급되던 1980년대까지는 같은 회사 내에서라도 PC를 통한 직접적 정보 교환이 불가능했다. 각각의 상이한 시스템에서 다루는 서로 다른 로컬 영역 프로토콜을 처리하기 위한 기술이 없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 스탠포드 대학 내 다른 건물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각각 근무하던 Len Bosack과 Sandy Lerner는 이메일을 주고받고 싶어했는데 그러한 의사소통이 불가능하자 전공을 살려 직접 기술을 개발했다. 둘은 곧 결혼했고, 시스코를 창립해 멀티 프로토콜 처리를 위한 ‘라우터(Router)’를 탄생시켰다. 이처럼 시스코는 라우터를 생산하는 회사로 시작하여 지금은 시가총액 약 280조원, 미국 내 규모 41위 기업으로 성장했다.
시스코의 비즈니스 특성 상 대부분 거래는 B2B와 B2G 위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브랜드가 일반인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시스코의 주력 사업은 유·무선 네트워크의 각종 장비 및 인프라, IoT, 보안,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컴퓨팅 등 하드웨어는 물론이고 원격미팅, 협업툴 등 소프트웨어까지 걸쳐있다. 인터넷 네트워크 관련 모든 분야에 시스코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음 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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