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R에서의 DEI 정책이 기업 성과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대부분의 국가의 기간 통신망이나 국제 네트워크 등 건물과 시설의 보이지 않는 곳에는 시스코의 제품이 설치되어 있다. 통계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네트워크 장비 수 기준 약 40%를 차지한다. 얼마 전 국내 행정 전산망 마비 사고가 발생했을 때 원인으로도 시스코의 라우터가 지목되기도 했다. 또한 시스코는 업계의 대형 플레이어이자 그 자체로 룰을 만드는 존재이기도 하다. 시스코에서 발표하는 새로운 데이터 규격은 그대로 국제 표준으로 인정된다. 또한 네트워크 전문가 자격증을 시스코에서 직접 관리, 감독하며 자체적으로 시험을 쳐서 발급하는데 이는 전 세계 네트워크 업계에서 바로 통용될 정도이다.
비슷한 시기 네트워크 사업에 뛰어든 루슨트, 노텔 등 국제적인 회사들이 더 있었지만 시스코는 이러한 경쟁자를 물리치고 M&A를 통해 인재를 흡수하며 세계적 강자로 우뚝 섰다. 시스코는 흡수한 인재들을 대부분 정리하지 않고 그대로 고용하면서 내부에 다양성을 잘 관리했으며, 이러한 다양성과 포용이 지금의 시스코의 성장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시스코의 CDO 슈테판 몬테데(Stephan Monterde)는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BR)에 기고한 칼럼에서 “다양한 인재를 보유한 기업은 문화적으로나 전문적인 경험 측면에서 경쟁자보다 혁신적이고 우수하기 때문에 시스코는 다양한 배경, 교육 및 지리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을 모아 새로운 기회의 장을 모색해 왔다”며, “우리는 혁신이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들을 한데 모아 만든 역동성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말하자면 혁신은 서로 다른 요구 사항 사이에 존재하는 긴장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한다”며 시스코의 인재 다양성이 지금의 성장에 큰 영향을 주었음을 인정했다.
이를 위해 시스코는 유연하고 오픈된 인재 확보 철학을 유지하고 있다. 시스코 SBG(Security Business Group)의 Talent Acquisition Lead인 크리스토퍼 랭거(Christopher Langer)가 시스코 공식 블로그에 올린 글에 따르면, 그룹 내 보안 전문가를 채용할 때 정확한 전공과 경력을 따지지는 않는다고 했다. 전공이나 경력이 다르고 관련 자격증이 없더라도 보안에 대한 열정적인 관심을 보여주는 다른 근거가 있다면 얼마든지 채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대학 해커 동호회나 지역의 여성 개발자 이벤트 등에 참석하여 활발하게 활동하는 것으로 자신의 열정을 증명할 수 있다. 시스코 SBG가 고용한 최고의 인재 중 일부는 처음부터 보안 전문가가 아니라 열정을 가지고 이러한 행사에 참석하는 것으로 시작한 사람들이었다.”라고 말했다.
시스코의 사례처럼 HR에서의 DEI 정책이 기업 성과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밝혀진 연구 결과도 많이 등장하고 있다. Mckinsey는 2020년에 발표한 보고서 ‘Diversity wins: How inclusion matters’에서 민족적(Ethnic) 다양성 지수가 상위 25%인 기업군이 하위 25%인 기업군보다 기업 영업이익이 33% 높았으며, 성별 다양성의 경우 21% 높다고 밝혔다. BCG의 ‘The Business Imperative of Diversity’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1,700개 회사를 대상으로 한 리서치에서 다양성은 조직의 아이디어와 대안의 범위를 확장하여 혁신 역량을 높이고 재무 성과를 향상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팬데믹 이후 가속화된 비즈니스 디지털화로 여러 분야의 산업들은 계속해서 혼란을 겪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과거의 규격화된 기준에 따라 채용된 균질한 인원 구성으로는 혁신에 대해 고립되고 내부적인 접근 방식을 벗어나기 힘들 것이다. AI, 메타버스, 블록체인과 같은 새로운 기술과 다양성을 수용하는 확장 전략으로 접근하고, 산업 전반에 걸쳐 외부 전문 지식과 경험을 활용하고, 새로운 파트너를 적극 모색한다면 다양성이 제공하는 가치는 매우 높아질 것이다. DEI는 더 이상 ‘하면 좋고 안해도 그만’인 것이 아니다. 기업의 혁신 가능성을 크게 높이고 수익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며 불확실성 시대의 경영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원동력을 제공해 줄 수 있는 필수요소가 되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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