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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람인 HR연구소 Oct 14. 2024

글로벌 경기침체와 채용 시장의 변화 (1)

기술이 노동을 대체하는 현상은 앞으로 점점 더 두드러질 것

불확실한 글로벌 경제 상황이 이어짐에 따라 주요 대기업들이 조직 슬림화 및 사업 재구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반도체 업계를 비롯한 기술 기반 산업을 중심으로 캐즘(Chasm,  첨단 기술이 소수의 얼리어답터 시장에서 나아가 일반인들도 널리 사용하는 단계에 이르기 전까지 일시적으로 수요가 정체하거나 후퇴하는 현상)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조금씩 구조조정이 이루어지고 있는 중이다. 아직 본격적인 경기침체가 시작된 것은 아니지만 많은 기업들이 사업 개편을 통해 경쟁력을 유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유통 산업 역시 치열한 경쟁과 다양한 위기 요인들로 인해 비상 경영 체제를 가동하고 있으며, 비용 절감을 위한 구조조정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기존 사업이 지속적인 흑자를 기록하더라도  성장에 한계가 예상되는 경우, 특히 인력 적체로 인한 고연봉자의 증가와 인건비 부담이 확대되면서 미래 사업에 대한 투자가 어려워지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AI)과 같은 미래 사업에 대한 투자를 추진하고 싶어도 현재 인건비 부담 때문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성과 없이 비용만 소진하게 될 수도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들은 수익성이 떨어지는 계열사나 한계 사업을 과감히 정리하고, 희망퇴직이나 자발적 퇴직 등의 방법을 통해 인력 구조조정을 진행한다. 이러한 구조조정은 비용을 절감하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필수적인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지만, 동시에 근로자들의 고용 불안정이 커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글로벌 경기 불황의 장기화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기업들은 다양한 대응책과 함께 인력 감축과 사업 개편을 포함한 더 강도 높은 조치를 검토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이다.  


국내 사정도 마찬가지로 최근 언론에서 삼성, SK, 신세계, 롯데 등 대형 그룹들을 중심으로 희망퇴직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전 세계적으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들이 비용 절감 및 경영 효율화를 위해 인력을 재조정하는 과정에서 일어나고 있다. 디지털 전환, 자동화, AI 기술의 도입이 가속화되면서 기존 부서 및 소속 인력의 역할이 변하거나 불필요해지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주로 중견 관리직과 장기 근속자들을 중심으로 희망퇴직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 희망퇴직은 법적으로 자발적인 퇴직을 장려하는 형태로, 위로금이나 교육, 전직 지원 등 혜택을 제공하여 직원들이 스스로 퇴직을 선택하게 만드는 방식이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퇴사 압박을 느끼게 하는 경우가 많아 논란이 일기도 한다. 이러한 인력 구조조정의 배경에는 산업 구조의 변화뿐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의 불안정, 금리 인상, 경기 침체 등의 경제적 요인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기업들은 새로운 기술과 시장에 적응하고 생존하기 위한 방법으로 인력 효율화를 선택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게티이미지뱅크


기술 개발 속도와 노동 시장의 변화는 오늘날 경제 환경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대기업들은 기술 발전에 맞춰 노동 수요를 더욱 세밀하게 평가하고 있으며, 글로벌 대기업의 인사(HR)부서는 갈수록 부지런하게 분기별로 노동력을 재산정하고 조정하는 경향까지 보이고 있다. 새로운 기술의 도입이 빠르게 이루어지면서 기업들은 경쟁에서 앞서기 위해 노동력보다 자본, 특히 기술 인프라와 자동화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추세이다. 


많은 경제학자들이 지적해온 바와 같이, 기술이 노동을 대체하는 현상은 앞으로 점점 더 두드러질 것이며, 이는 산업의 새로운 표준(New normal)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인공지능(AI), 로봇 공학, 자동화 시스템 등 혁신적인 기술은 기업의 생산성 향상에 기여하지만, 동시에 많은 일자리를 감소시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변화는 기업이 단순히 비용 절감을 넘어, 기술 투자로 더 큰 수익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재조정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과거 도요타의 생산 시스템(Toyota Production System)에서 시작되어 1990년대  MIT대학에서 정립한 ‘린 제조방식(Lean manufacturing, 원자재와 설비, 재고 등 생산능력을 필요한 만큼만 유지하여 효율을 극대화하는 생산 시스템)’ 같은 운영 모델의 도입은 글로벌 기업들의 운영 방식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최소한의 낭비를 통해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고, 효율적인 공급망을 운영함으로써 기업은 변화무쌍한 기술 변화와 국제 정세에 더욱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게 된다. 미국 어거스타나대학의 정치경제학자 로버트 라이트(Robert Wright) 교수는 이러한 운영 모델이 기업에 더 많은 유연성을 제공한다고 언급하며, 특히 경기 변동에 따라 인력 조정이 더 신속하게 이루어질 수 있음을 지적했다. 


이러한 유연성은 더 빈번한 구조조정과 일자리 불안정성을 동반하게 된다. 고객 수요가 줄어들면 기업은 즉각적으로 생산을 줄이고, 그에 따라 인력을 줄일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근로자들의 고용 안정성은 위협에 처할 가능성이 커진다. 라이트 교수는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조직화된 노조의 영향력이 약해지는 가운데 노동시장의 약세가 더욱 두드러질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결국 이러한 경향은 기업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는 기여하지만, 근로자의 입장에서 보면 일자리의 불안정성과 예측 불가능성이 증가하게 될 것이다.   


(다음 편에 계속)


ⓒ 2024. 사람인 HR연구소 

※ 본 기사에 게재된 내용은 (주)사람인의 공식 견해가 아닙니다. 기사 내용을 인용할 경우에는 출처를 명시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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