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날의 한 조각
싱잉볼을 앞에 놓고 바른 자세로 앉아 볼을 울린다.
눈을 감고 볼의 울림이 저 멀리 사라져 숨는 그 사이,
길게 들이쉬는 숨이 온몸에 퍼지는 걸 감각하고,
길게 내쉬는 숨이 온몸에서 빠져나가는 걸 감각한다.
눈을 감아 사방이 어두운 공간, 숨이 오고 가는 길 위에
지나온 잘못과 이어진 후회와 걱정들이,
지나야 할 책임과 이어진 불안과 고민들이
오래 걸어둔 옷을 털어 떠오르는 먼지처럼 가득 피어오른다.
거룩한 단어, 나에게는 그것이 샬롬인데
그것을 나지막이 읊조리며 가득 피어오른 먼지들을 날려 보내고
결국 그 단어마저 가만히 흘려보내고 나면
명확하고 분주한, 방어적인 의식의 세상을 벗어나,
흐릿하고 차분한, 무방비한 너머의 세상을 맞는다.
세상의 욕망을 내 삶의 전망이라 여기며 살아가려는 나를 벗어나,
하늘의 욕망이 내 삶의 전망이라 소망하는 자리에.
나의 요구는 그치고
하나님의 요구가 시작되는 자리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는 자리에.
잠시 머물기 시작한다.
그러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