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날의 한 조각
나이가 들면서 후회가 되는 일이
아빠에게 술을 배우지 못한 것인데,
나이가 들면서 꼭 해보고 싶은 일이
아빠에게 술 한 잔 기울여 보는 것이다.
불가능..
이제는 아빠와 함께 살던 날들의 기억을
아빠 없이 살아온 날들의 길이가 흐릿하게 지워간다.
살다가 문득 기억하고 싶은 아빠 얼굴이 떠오르지 않을 때
찾아볼 사진이라도 많이 있었더라면..
사진을 취미로 또 직업으로,
남다른 의미로 곁에 두었던 이유였을까.
아빠가 아빠가 되었던 나이보다 훨씬 더 많은 나이에
나도 결국 아빠가 되었다.
아빠도 나를 이렇게 이뻐했을까?
언젠가 늘이가 문득 아빠를 기억하고 싶을 때
언제든 찾아볼 함께 머문 사진을 많이 남겨 둬야겠다.
술은 배우지 못해 알려줄 수 없지만
같이 배워 줄 수는 있겠다.
무엇보다 늘이가 기억하고 싶은 아빠가 되어야겠다.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