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기 연민 "
자기 연민의 사전적 의미는 " 자기 자신을 불쌍하게 여기는 마음 "이다.
극심한 경쟁 사회, 남의 시선에 극도로 예민해진 현대인들에게 자기 연민은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본인에게만 유난히 높은 잣대, 완벽주의를 추구하고 끝없는 비교 속에서 모든 것들이 뜻대로 되지 않을 때 열심히 노력한 '나'를 가장 먼저 알아주는 사람은 아무래도 내가 되어야 하니까요.
' 그래, 그래도 나 엄청 노력했잖아, 그럼 된 거야 '
' 괜찮아, 이 정도여도 괜찮아, 잘했어. '
이렇게 고생한 나 자신을 스스로 먼저 위로해 주고 이해해 주는 데에 자기 연민은 꽤 훌륭한 지름길이 되어줘요. 어떤 일들을 해나가면서 힘들게 애쓴 나의 마음, 타인이 아닌 내가 먼저 자기 연민의 마음으로 알아주는 거죠. 하지만 이게 역효과가 날 때가 있어요. 바로 자기 연민이 습관이 되어버렸을 때에요.
이상하게 늘 하던 일인데 오늘은 유난히 힘들고
내가 하고자 한 일인데도 지금 하는 이 일을 왜 하고 있는지 모르겠고
왜 이렇게나 힘든지
왜 나만 힘든 건지
온갖 불만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끝없는 생각의 굴레 속에서 깊은 자기 연민에 빠져버려요.
실제로는 그렇게 안 좋은 상황도 아니고 불쌍하지도 않은 조건인데 내가 나 스스로를 자기 연민 속에 가둬서
" 불쌍한 나" , " 늘 고생하는 나 " 로 만들어 버리는 거죠.
내가 나 스스로를 " 불쌍한 " , " 늘 고생하는 " 나로 만들어버리면 그때부터 자기 연민은 도를 넘어선 상태가 되어버려요. ' 나는 늘 힘들어, 진짜 왜 이렇게 맨날 고생해야 하지? 난 왜 이렇게 힘들게 살아야 하지?' 결국 순식간에 제 삶은 만족하지 않는 힘들고 고된 삶으로 전락해버리고 말아요. 제게 이런 부정적인 생각들은 보통 스스로 인지하지 않는 이상 계속 반복되는데 넘쳐나는 자기 연민에 빠지던 저는 이 부정적인 생각의 고리를 끊는 방법을 결국 알아냈죠.
첫 번째로 나를 나로 보지 않는 것. 나를 떠나서 제삼자의 입장에서 나를 바라보는 거예요. 내가 부정적인 감정과 생각에 휩싸여서 허우적거릴 때 제삼자의 입장이 되어서 나를 지켜봐야만 그나마 정확히 나를 진단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혹시나 지금 부정적인 생각을 하게 된 또 다른 트리거가 있었는지, 예를 들어 오늘 하루 밥을 제대로 잘 챙겨 먹었는지 아님 잠을 잘 잤는지 또는 내가 불편하게 느꼈을 것 같은 상황이나 사람이 그날 하루에 있었는지 반추해 보는 거죠. 그러다가 왠지 어느 한 이유 때문에 그런 것 같다는 확신이 들면 그때 돼서는 생각보다 쉽게 저를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 아~ 오늘 저녁을 안 먹어서 그런 건가 보다..! " 하고요.
두 번째는 더 넓은 시야로 현상태를 바라보는 것인데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들에 휩싸였을 때 갑자기 넓은 시야로 나를 보고 내 주변을 바라보는 일이란 너무나 어려운 일이죠. 그래서 넓은 시야로 바라볼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으로 내가 힘들 때 남을 한번 봐요. 이때 나보다 더 우월하다고 느껴지는 사람들이나 내가 평소에 선망했던 사람들을 보는 게 아니라 그냥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사람들을 보는 거예요. 말 그래도 주변을 둘러보라는 뜻이죠. 예를 들어 아주 가깝게는 우리 아파트 경비 아저씨, 자주 가는 카페에서 일하시는 분, 내가 자주 먹는 식당에서 일하시는 분, 늘 우리 집에 배달해 주시는 배달 기사님 등등. 그리고 이렇게 내가 주변을 둘러볼 때에 느끼는 저의 감정은 " 감사함 "이에요. AI 가 도래하고 있는 세상이라 해도 지금 당장 이렇게 일해 주시는 분들 늘 자기 자리에서 묵묵히 계셔주시는 분들이 아니라면 내가 지금 누리고 있는 것들을 누릴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면서요.
이렇게 주변을 둘러보며 감사함을 느끼면 저절로 시야는 넓어지고 어느새 내가 빠져있던 부정적인 감정의 굴레에서 빠져나왔다는 걸 인지하게 됩니다. 억지로 긍정적이려고 노력하고 억지로 부정적인 감정을 지우려고 하면 오히려 더 애써야 하고 힘들어지는 상황이 오게 되더라고요. 그 대신 그저 가만히 주변을 둘러보다가 고요히 들어오는 감사함과 함께 나를 다시 바라보면 그제야 " 내가 나 스스로를 '불쌍한'이라는 프레임을 씌운 채 보고 있었구나 " 하고 생각하게 됩니다.
" 주변을 둘러봐, 정말 너만 힘든 걸까...? "
'아니.'
" 넌 정말 불쌍한 걸까? "
'아니.'
" 정말 너의 인생이 늘 힘들기만 한 걸까?"
' 아니. '
늘 생각해요.
힘들 때마다 잠깐 스쳐 지나가는 불안하고 부정적인 감정들에
내 인생까지 통째로 불쌍하게 넘겨버리지는 말자.
나는 불쌍한 사람도 아니고 늘 힘든 사람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