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겔 헤리겔 <활, 마음을 쏘다>
“참된 기다림을 배워야 합니다.” “하지만 어떻게 그것을 배울 수가 있지요?” “자기 자신으로부터 벗어남으로써이지요. 단호하게 자기 자신과 자신의 모든 것을 던져 버려서, 오직 의도하지 않은 긴장만이 남도록 해야 합니다.”
모든 지혜는 건너가기를 요구한다. 건너갈 곳을 어렴풋이 떠올려본 자뿐만 아니라 이미 건널 채비를 끝내고 그 길에 들어선 자에게도 기다림은 피할 수 없는 과정이다. 이곳에서 저곳으로 건너가는 모든 과정이 사실은 기다림이라고 밖에 달리 말할 수 없다. 그렇게 아는 자는 건너가고 건너는 자는 또한 기다리는 자이다.
올바르게 살고자 하는 많은 사람들이 오히려 출구없는 우울과 좌절의 시기를 겪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기다리는 자가 그 위치에서 가져야할 최상의 지혜는 '잘 기다리는 법'이다.
해야 할 것에 대해 생각하지 마십시오.어떻게 하면 될 지를 궁리하지 마십시오. 쏠 때는 쏘는 사람 자신도 모르게 쏘아야만 흔들림이 없습니다. 활시위가 엄지손가락을 순간적으로 베어버린 듯이 되어야 합니다. 다시 말해 오른손을 의도적으로 열어서는 안 됩니다.
예를 들어, 건강한 삶을 살고자 노력하는 한 청년이 있다고 생각해보자. 그는 매일 아침 일어나 운동을 하고, 건강을 해치는 음식들을 자제하고 규칙적인 생활 습관을 가지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물론 그는 그의 머릿 속 생각 "건강하게 살아야해"를 따라서 행동을 하고 있지만 매일 그것을 실천하는 것이 쉽지 않을 뿐더러 애초에 상정한 목표에도 의문을 품기 시작한다. 이러한 의심과 불만족에 그는 이전보다 힘들고 심지어 '행복하지도' 않은 행동을 의식적,무의식적으로 거부한다. 그리고 예전의 삶으로 돌아간다.
여기서 우리는 그가 무엇을 했어야 하는지 안다. 바로 기다리는 것이다. 이곳에서 저곳으로 넘어가기를 결심한 그 때부터 우리는 보다 높은 차원의 시선을 갖게 된다. 하지만 새로운 눈을 갖는 것은 삶에서 벌어지는 일 중가장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그것을 훈련할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 시간을 견디는 것이, 그러니까 매일 내 눈앞에 펼쳐지는 삶으로 감각되는 그 시간의 무게를 견디는 것은 구역질나는 일이다.
제가 활을 당기고 있으면, 어느덧 지금 당장 발사하지 않으면 더 이상 당기고 있을 수 없다고 느끼는 순간이 옵니다. 그러면 그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납니까? 숨이 가빠온다는 것밖에는 없습니다. 그러므로 원하든 원치 않든 제 스스로 화살을 발사할 수밖에 없습니다. 더 이상 기다리고 있을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어디에 어려움이 있는지를 아주 잘 설명해 주었습니다. 왜 발사의 순간을 기다릴 수 없고, 왜 발사가 되기 이전에 숨이 가빠지는지 아십니까? 올바른 순간에 올바른 발사가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자기自己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발사 자체에 온 정신을 쏟지 않고, 미리부터 성공이냐 실패이냐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런 식이라면, 당신이 의도하지 않는 움찔하는 동작을 자초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당연히 손은 올바른 방식으로, 즉 어린아이의 손처럼 열리지 않습니다.
당신이 지나치게 집착하고 있다는 사실이 방해가 됩니다. 당신은 의식적으로 행하지 않은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과거에 대한 관성이든 바라는 경지에 대한 조급함이든 그 어지럼증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들은 궁리하기 시작한다. "어떻게 하면 쉽게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더 빠르게 도달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더 유명세를 탈 수 있을까?" 이런 생각들은 겉으로 보면 하나의 답을 내리는 듯 보이지만 그것이 곧 함정이라는 것을 알게된다. 계획하고 계산하고 좀 더 좋은 수는 없을까하며 고민하는 그 순간 마음은 평정심을 잃는다. 수련은 과정이 아니라 성패가 결정되는 게임이 된다.
하려는 일에 대해 생각하지말자. 지나치게 집착하는 것은 방해가 된다. 나는 곧 잘 의도하고자 하는 함정에 빠진다. 행동에 판단과 이름을 붙이는 의도는 어리석다. 의도하는 마음은 '편안함, 충만함, 기쁨, 흥분, 만족감, 우월감' 등으로 우리를 설득할 것이다. 그리고 이것을 가질 수 있는 루트를 하나씩 꺼내놓으며 우리의 관심을 끌기 위해 노력한다. 의도하는 마음은 의도하지 않은 일은 결코 일어날 수 없다는 것을 전제로 하기에 어리석다. 의도하지 않고도 무수히 많은 일들이 삶에서 이루어져 왔음을 의도하는 마음은 알아차리지 못한다.
지금 여기 오늘을 그저 그렇게 살아가면서 해야할 일들을 하며 보내는 시간이 옳다고 받아들이는 사람만이 기다릴 수 있다. 목표가 아닌 목표에 대한 판단과 기대에 취해 걷는 사람은 의도하는 마음의 제안에 쉽게 흔들릴 것이다. 고요히 흐르는 시간 속에서 이뤄져야 하는 것들은 모두 이뤄지고 있다. 기다리는 사람이 할 것은 목적을 의식하지 않고 행위에 몰입하기, 그러니까 반야의 지혜, 내려놓음, 방하착을 향해 걸어가는 것이다.
오늘의 수행 :
두려움, 조급함, 걱정, 불안함, 부러움, 질투, 시기, 비관, 집착, 긴장_을 느낀다 하더라도
우리가 선택한 길에 잘못이란 없습니다. 불만족스러운 평가를 양산하는 머릿 속 목소리가 들릴 때
우리의 결심과 목표와 행동을 의심하지 마세요. 오로지 지금 이 순간 존재하며, 오늘 하루에 집중하는
수련을 지속하세요. 큰 빙하가 녹아 얇은 빙판이 되어 그 속으로 물 색이 투명하게 비치게 되듯이
온갖 부정적인 감정들이 녹아 자연스럽게 사라질 때까지 매일의 수행을 지속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