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해도 하나를 받으면
둘을 내주는 너를 보며
인정에 굳은살이 박여
땡감처럼 무디고 떫어진 나를 반성해
"밥 먹으러 올래? 차 마시러 올래??"
틈만 나면 안부처럼
내 마음을 물어보는 너
단출하고 정갈한 네 음식은
내 마음의 보양식
사는 게 힘겨워 아무에게도
곁을 주지 않을 때
밥이나 먹자며 억지로
수저를 쥐어주던 너
그러면 아무것도
삼킬 수 없던 목울대에
냉랭한 고드름이 울컥하며
눈물이 흥건해졌어
슴슴한 된장국이 후르르
데워지며 허기가 되살아났어
"살아 봐,
저 들판에서 너에게 온 이 밥처럼,
징글징글한 바람에도
화사한 이팝꽃을 느껴봐"
내 마음의 고살을
액막이 부적처럼 감싸 안은 너
있잖아, 내 인생의 꽃길을
장담할 순 없지만
너의 밥보시는 내 상처를
보듬는 영혼의 반창고야
너는 나를 대체불가인
나로 살게 하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