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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은지의 철학

by 레알레드미

쉽게 쓰인 시가 우수수 낙방하여

마음에서 밀려나 깜깜한 골방에 숨어들었다

눅눅한 시는 골마지가 껴서 개망초처럼 하얗다

절망은 답도 없어 흰 손목을 긋듯 찢을까? 말까?

미련은 항상 미련하게 마지막에 뒷덜미를 잡는다

눈물에 헹군 시어를 프라이팬에 달달 볶는다.

싱싱한 배추였다가 희로애락에 담근 김치였다가

이제는 달달 볶여 세상 달관한 맛있는 묵은지로

장례 직전 부활한 시는 그렇게 자신을 낮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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