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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개떡

가장 힘들게 했던 쑥덩어리

by 김 화밀리아

따스한 봄날이다. 지인들은 산수유, 목련, 매화, 개나리, 진달래 등 갖가지 꽃들을 카톡방에 올리면서 봄 인사를 나눈다. 늘 산책하던 우리 동네 창곡천에 안 가본 지 일주일이나 된다.

지난 일요일 아침, 찬거리를 찾는다고 냉동고를 뒤지다가 딱딱하게 얼은 덩어리가 내 발등에 떨어졌다. 미처 피할 사이도 없이 고스런 이 발가락 부분에 떨어졌는데 엄청 아픈 것이다. 내용물은 작년 봄에 창곡천 둔덕에 깨끗하고 예쁘게 핀 어린 쑥들을 캐어서 조금은 쑥 된장국으로 맛있게 먹고 남은 것은 쑥 개떡으로 먹고 싶어 쌀을 담가 불리고 쑥을 데쳐서 함께 믹서에 넣고 갈아 반죽을 해 놓았었다. 약간은 쪄서 먹었으나 가족들이 쑥떡인지 쑥 밥인지 맛이 없다며 잘 먹질 않아 많은 양을 반죽채로 냉동고에 넣고 놔두었던 것이 단단하게 얼어 1년 동안 냉동실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것이다. 졸린 눈으로 이것저것 뒤지다가 그냥 내 발로 떨어진 것. 엄청 아팠다. 거의 숨 막힐 정도로. 1시간 동안 발가락을 움켜쥐고 바닥에 주저앉았다. 아침을 대충 먹고 일요일이었기 때문에 병원도 못 가고 점점 부어오르며 짙은 군청 및 보라 빛으로 물들어가는 발가락을 보며 제발 뼈에는 이상이 없기를 바랐다. 그리고 늘 하던 대로 살살 걸으며 산보를 다녀왔던 것이다. 1시간 정도 걷는 거리 7000여 보쯤 되리라. 남편이 타박상 연고를 줘서 아픈 발가락 두 개 부위를 살살 연고로 바른 뒤 설명서에 따라 살살 문지르고 주물렀다. 저녁에 멍 기운이 좀 가시나 했는데 아침에 일어나 보니 점점 더 번져 먹물에 담근 양 발등까지 검탱이가 되었다. 아침 식사 후 동네 정형외과를 갔다. 엑스레이를 찍고 내 발을 보더니 의사가 왼쪽 네 번째와 다섯 번째 발가락 뼈가 박살 나고 약간 뼛조각이 흩어졌다고 하면서 아팠을 테고 어쩌다 이 지경이 됐는지 물어보며 간호원이랑 혀를 끌끌 찼다. 산보까지 다녀왔다고 하니까 절대 움직이지 말고 기브스 4주간 하고 매주 사진 찍어 살펴보며 약 드시라고, 안정을 취하라고 했다. 아.. 답답한 생활이 또 시작이다. 무릎까지 오는 깁스를 하고 "기브스가 사람 잡네." 혼자 씨부렁대며 절뚝거리면서 집에 겨우 도착했다. 가벼운 운동복으로 날아다녔던 내 평상시 생활이 갑자기 기브스로 으그라 드는 것 같았다.

쑥 덩어리를 녹여서 이번엔 또 쑥개떡을 만들어 여기에 설탕, 소금 등 가미를 했더니 좀 맛났다. 이것 때문에 다쳤다고 하면서 꼭 꼭 씹어먹으며 가족도 먹으라고 했다. 다들 웃으면서 조금씩 맛나게 먹었다. 남은 쑥떡을 움직이지도 못하고 산책도 못 가 다음날 식사대용으로 하루 종일 다 먹어 치웠다. 그동안 변이 나오지 않더니 떡 먹고 다음날 변을 누는데 워낙 단단한 검은 변을 놓게 되었다. 많은 양도 아닌데 워낙 단단하다 보니 변기통 물만 내려가고 변은 그대로 남아 계속 떠 있다. 뻥 뚫어를 갖고 와서 여러 번 시도해도 여전히 내려가지 않고 떠 있다. 웬만하면 쑤욱 내려가는데 너무 단단했는지 계속 남아있는 것이다. 기브스 다리는 계속 저려오고 변기는 뚫어야겠고 누구의 도움도 받을 수 없고 한 참을 그 앞에서 서있다가 저녁즈음에 또 시도했다. 물만 나가지 잠깐 내려갔다가 또 떠오르는 것이다. 수차례나... 식구들이 오면 더럽다고 난리 펼 텐데. 얼마나 쑥이 단단했으면 변이 내려가지 않을까.. 거의 10시간 만에 내려간 것 같다. 와~ 온 세상이 환하게 밝아지는 것 같다. 와. 쑥 덩어리 스토리 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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