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돌담, 선인장, 물고기, 산호, 하늘, 바다, 모래사장, 섬, 그리고 새들이 자연스럽게 내 그림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나는 거부할 수가 없다. 이토록 강렬한 그림의 소재들을 매일의 일상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게 무엇보다 큰 기쁨이다. 그래서 제주에서의 나의 생활은 더욱 풍요로운 듯 하다.
제주에 오기전에 미리 바다에 가까운 색상의 물감들을 선별하고 갖췄기때문인지 바다나 하늘을 그리는 것이 그리 어렵지만은 않았다.
휴가철인지라 전국각지에서 제주로 필자를 찾아오는 지인들이 있어서 그들과 만날때마다 그림도구를 주섬주섬 챙겨들고 나간다. 그러면 솔직한 얘기도 나누고 함께 그림도 그릴수 있다.
귀덕리에서 한림해안로를 따라 자전거를 타고 가노라면 인문책방 "바다의 술책"이 보인다. 이곳 사장님께서 내가 그린 그림을 보시고는 마음에 든다며 서점에 즉석 전시를 해주셨다. 혹시 파는 그림이냐고 물어보는 손님도 있을거 같다며 한껏 칭찬해주셨다. 오, 나 이렇게 갑작스레 데뷔를 해도 되는걸까. 이제 겨우 수채화를 배우는 독학생일뿐인데.
누구에게 감동을 주는 일이 어디 쉽고 흔한 일이겠는가. 이렇게도 진한 감동을 받으니 감사한 마음과 더 열심히 그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즈음 내가 그리는 그림에 반드시 등장하는 오브제는 바로 물고기들이다. 필자의 종교적 신념을 드러내고자 하는 매개이기도 하고 나자신을 의미하기도 한다. 스스로 한계를 만들지 않고 자유롭게 물속을 헤엄쳐다니는 물고기들을 보면서 내 그림에도 그런 자유함이 깃들기를 그렇게 소망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