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자역 B5출구에서 멀지 않은 곳에 100년의 역사를 기억하는 화방이 하나 있다. 겟코소(月光荘, Gekkoso), 즉 House of Moonlight라는 다소 시적인 이름을 가진 이 상점은 겟코소 상표가 붙은 화구들만을 판다. 물감 색상이 특이하게 예쁘고 고와서 일본 내에서 뿐 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보테니컬 아티스트들 사이에서도 잘 알려져 있는 편이다.
필자는 우연히 인스타그램에서 이 물감을 사용하여 그림을 그리는 어느 아티스트를 알게되었는데, 그 분이 소분해서 판매한다는 소식을 듣고 호기심에 구매해서 사용해봤다. 색상이 맑고 섬세해서 꽃을 그리는데 최적화되어있는 물감이 아닌가 생각해왔다.
일본 동경에 가 있는 동안 짬을 내어 이 화방에 들러서 실제로 마음에 드는 물감을 직접 골라보았다. 규모가 크지 않아서 직원 두 명과 나를 포함한 손님 세 명으로도 가게는 비좁았다. 수채화 물감과 과슈를 비롯해 유화물감이 입구 근처에 정렬되어 있었고 안쪽에는 스케치북과 가방 및 악세사리 등이 있었다. House made 물감이라고 거듭 강조하는 직원의 목소리에는 자부심이 묻어났고, 나는 다시 한번 감탄하며 어린이용 물감같은 용기에 담긴 물감을 살펴보았다.
요즘같은 시대에 한 곳에서 100년 동안 물감 만드는 일만을 해 온 사람들을 만난다는게 어디 쉬운 일인가. 일본에서도 다른 도시엔 없는 유일한 겟코소라고 하니 더욱 가치있게 느껴졌다. 다른 물감 브랜드와 차별된 색상으로 사랑받는 코랄 레드를 비롯해 다른 세가지 색 물감들을 바구니에 골라담았다. 여기는 오래 머물수록 더 사고싶어질 수 밖에 없겠다는 생각에 서둘러 계산을 하고 밖으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