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부터 예정된 일정이라 부랴부랴 제주에 잠시 왔다. 태풍 마리아가 그 경로를 바꾸고 소멸의 수순을 밟아주어 한결 마음 편하게 올 수 있었다.
7월 중순에다가 토요일 방학 중이니 제법 붐빌거라 예상했는데 아직 본격적으로 휴가철이 시작되지 않은건지 관광객들도 그리 많지 않고 교통상황도 좋다.
그동안 제주의 하늘과 바다가 젤로 그리웠는데 그림같은 풍경이 눈아래 펼쳐진다. 해변에 비치타올을 깔고 모래놀이를 한다. 모래라는 물질은 본래 각종 산호와 돌들이 세월풍파에 갈려 만들어진 가루지만 아직 예쁜 모양을 잘 갖춘 조개껍데기를 골라내는 일은 그리 어렵지않다.
가져가서 읽으면 읽고 아님 말고 하면서 가방에 넣어온 마스다 미리의 책 [주말엔 숲으로]에서 찾아낸 “행복경쟁”이란 단어가 눈에 띈다. 책 속의 주인공 하야카와는 시골로 이사한 번역가이지만 도시를 벗어난 삶이 꼭 텃밭가꾸며 자급자족하는 전원생활일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제주에 왔으니 바다에 가면 물에 들어가야하고 산에 가면 정상까지 올라야하고 꼭 먹어봐야할 oo을 먹어야하고 등등, 휴가지에서 조차 마치 누가 더 행복한가를 비교 경쟁이라도 하는 듯한 룰에는 피로감부터 밀려온다. 남들 누가 뭐라고 해도 나만큼은 그냥 자유롭게 하고싶은 걸 하자.
제주의 어느 해변에 누워서 그냥 느긋하게 하루종일 떼지어가는 양구름만 보고있어도 좋은 건 이만큼 마음을 풍요롭게 하는 곳이 드물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런 곳 하나쯤 마음에 품도 사는 것도 괜찮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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