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수영 초보의 도전기
동네에 새로 생긴 수영장에서 절찬리에 회원을 모집한다는 광고에 이끌려 처음 수영을 시작하게 되었다. 아주머니들 사이에 끼어서 3개월 동안 자유형, 평형, 배영을 배웠다. 당시 나의 수영실력이라면 25m 길이의 풀에서 고작 18m 정도를 허우적거리다가 나머지는 선생님 몰래 걸어가서 한참을 쉬고 다시 돌아오는 정도였다. 그러니 발이 땅에 닿지 않는 곳에선 감히 시도도 할 수 없었다. 물을 너무나 좋아한다지만, 내게 바다 수영이란 고작 하나의 로망이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필자가 홍콩까지 와서 해수욕장 근처에 살게 된 건 어쩌면 예정된 일인지도 모르겠다. 예전에는 일부러 수영장도 찾아다녔었으니, 이번이야말로 본격적으로 수영실력을 늘릴 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필자가 자주 찾는 곳은 클리어워터베이 비치 2(Clear Water Bay Beach 2)이다. 집 앞 버스 정류장에서 91번 버스를 타고 약 15분 거리에 있는 이 버스의 종점까지 간다. 이층 버스를 타고 구불구불한 산길을 넘어가면 굉장히 스릴이 있다. 산 아래로 멀리 바닷가가 펼쳐질 때 서서히 내릴 준비를 하면 된다.
상업적인 유락 시설이 전혀 보이지 않는 해수욕장 주위의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매우 조용하고 평온하다. 그 흔한 비치 파라솔 장수도 하나 나와있지 않다. 약 50m 간격으로 3 곳의 인명구조를 위한 관제탑이 있고, 오전 9시부터 6시까지 인명구조요원들이 교대 근무한다.
이른 아침에는 주로 연세가 지긋하신 주민들이 나오셔서 건강을 위해 수영으로 체력을 다진다. 물 밖에선 다소 노약해보이는 분들도 물속에서는 돌고래나 다름없다. 주말과 휴일에는 가족 중심으로 자리를 펴고 준비해온 간식을 먹으며 휴식을 취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해수욕장 내의 유일한 간이 매점에는 음료수와 아이스크림 정도가 준비되어 있다.
클리어워터베이(Clear Water Bay), 즉 청수만이라는 해수욕장의 이름으로 봐선 바닷물이 참 맑고 깨끗할 것 같다. 근데 과연 홍콩에서 그런 걸 기대해도 될는지. 필자도 솔직이 같은 의구심이 들었었다. 결과적으로 말해서, 물 안으로 들어가면 그 생각은 곧 정리가 될 것이다.
처음에는 스노클 장비를 하나 장만해서 그것을 끼고 수영 연습을 했다. 그러다 보니 물속에서 살아가는 생명체들이 먼저 보였다. 역시 어머니 자연은 참으로 위대하다. 이곳 홍콩 앞바다에도 이름모를 많은 해양생물들이 살아가고 있었다. 해수욕장 둘레로 그물을 쳐서 상어의 침입을 막고 있는데, 그 그물 사이에서 자라난 해초를 먹으며 작은 물고기들이 서식한다. 치어에서부터 점차 큰 물고기로 성장해가는 모습도 관찰할 수 있다. 역시 수영을 배우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감동적이다.
홍콩의 해수욕장은 기본적으로는 연중 오픈이다. 그래도 바다수영을 하기 가장 좋은 때는 수온이 따뜻한 4월에서 10월 사이이다. 필리핀의 세부나 인도네시아의 발리와 같은 트로피컬 오색의 바다를 기대한다면 조금 실망할 수도 있겠다. 8월의 마지막 날인 오늘의 해수면 온도가 대략 28도였으니 매우 따뜻한 편이었다. 해수욕장에서 실내 샤워시설과 탈의실을 무료로 제공하기에, 여행 중에 잠시 들러 계획에 없던 물놀이를 즐기게 되더라도 상쾌하게 뒷마무리가 가능하다.
그렇다면 과연 이 해수욕장에서도 포켓몬고(Pokémon GO)를 할 수 있을까? 대답은 Yes다. 91번 버스 정류장 쪽에 포케스탑(Pokéstop)과 체육관(Gym)이 각각 하나씩 있다. 루어 모듈(Lure Module)을 따로 쓰지 않더라도 해변으로 내려오는 길에서 여러 종류의 포켓몬(Pokémon)을 만날 수 있다. 다만 앞서 말했듯이 포케스탑이 하나밖에 없으니, 바닷가에 오기 전에 미리 게임 아이템들을 채워오는 것이 게임을 좀 더 오래 즐기는데 도움이 될 듯하다.
커버 이미지 출처 John Chan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