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층 트램에 대한 새로운 발견
아주 오래된 교통 시스템 하나가 아직 홍콩 아일랜드에 존재한다. 이젠 세계 어디에서도 보기 드문 2층 트램(Tram). 여기서는 "Ding Ding(叮叮)"이라고 부른다. 110여 년의 역사를 가진 만큼,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땡 땡" 종소리를 내면서 달리기 때문이다.
지금도 트램은 홍콩 시민들이 출퇴근길에 애용하는 교통수단이다. 시간적 여유가 있는 여행자들에게는 이국적이면서도 가장 저렴하게 그리고 가장 느리게 홍콩을 둘러볼 수 있다는 점에서 트램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위 사진의 사람들처럼 줄을 서 있다가 승강장에 트램이 들어오면 차례로 올라탄다. 버스와는 달리 트램의 경우, 탈 때는 차량의 뒷문을 내릴 때는 기관사가 있는 앞문을 이용한다. 타자마자 바로 보이는 좁은 계단을 따라 2층에 올라갈 수 있다. 조금 더 높아진 시야에 탁 트인 유리창으로 보이는 홍콩 도심의 풍경이 더 아름답게 느껴진다.
트램은 홍콩 아일랜드의 동서를 가로지르는 이스트바운드(Eastbound)와 웨스트바운드(Westbound) 노선으로 구성이 되어있다. 총 거리 13 km 구간에 빅토리아 파크(Victoria Park), 코즈웨이 베이(銅鑼灣, Causeway Bay), 센트럴(中環, Central) 등 홍콩 아일랜드의 주요 포인트를 지나간다.
타고 가는 거리에 상관없이 한번 탈 때마다 어른은 2.30 홍콩달러 (한화 350원) 아이는 1.20 홍콩달러를 낸다. 홍콩의 대중교통수단 가운데 가장 저렴하다. 요금은 하차 직전에 현금이나 홍콩의 교통카드인 옥토퍼스로 계산하면 된다. 단, 차 내에 거스름돈은 준비되어 있지 않다.
오전이나 낮 시간에 이용하게 되면 트램 안은 비교적 한적하다. 빈자리에 앉아서 홍콩의 주요 거리를 구경할 수 있다. 서서히 어두워지면 낮에 보았던 낡은 빌딩들은 밤기운에 가려진다. 오직 화려한 간판 불빛을 입어 눈부신 모습으로 도시는 다시 태어난다.
해양성 기후에 의해 홍콩의 여름은 비가 잦은 편이다. 비가 오는 날에 트램을 타면 아날로그적 감성이 저절로 되살아난다. 나지막이 "첨밀밀"을 흥얼거리게 된다.
최근에 필자가 트램에 대해 새로이 발견한 것은, 다른 교통수단보다 포켓몬고 (Pokémon GO) 아이템을 모으는데 유리하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도심에서 약 10km~20km의 속도로 천천히 달리기 때문이다. 거리 곳곳에 있는 포케스탑(Pokéstop)을 모두 훑고 지나가면, 약 이삼일 정도는 거뜬히 버틸 수 있는 아이템을 모을 수 있다.
또한 트램을 타고 가다 희귀한 포켓몬(Pokémon)을 만난 적이 여러 번 있는데, 필자뿐만 아니라 다른 포켓몬고 게임 유저들도 같은 경험으로 인해 트램 타는 것을 즐긴다. 코즈웨이 베이(Causeway Bay)에서부터 셩완의 웨스턴 마켓(Western Market)까지가 특별히 눈여겨 볼 지역이다. 다만 트램 안에 에어컨이 따로 설치되어 있지 않으므로 더운 여름 특히 가장 뜨거운 오후 시간을 피하는 것이 좋겠다.
커버 이미지 출처 Hong Kong Tramway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