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 가보지 않고선 홍콩을 다 보았다고 말할 수 없다.
비슷비슷한 모양의 고층건물들이 빽빽이 차지한 홍콩의 시가지를 벗어나 구룡반도의 동쪽 끝으로 가면 사이쿵(西貢, Sai Kung)에 다다를 수 있다. 홍콩 여행 도중 문득 도시를 벗어나 보고 싶은 충동이 든다거나 이색적인 홍콩의 어촌 풍경을 보고 싶다면 이곳이 제격이다.
여기는 홍콩의 뒤뜰(Hong Kong's Back Garden)이라는 애칭으로 종종 불리는데, 다양한 해산물 먹거리로 가득한 사이쿵 해산물 거리(Sai Kung Seafood Street)가 관광객들에게 입소문이 나 있다. 무엇보다 시간적 여유가 있는 여행자나 현지 거주인들에게는 스쿠버다이빙이나 하이킹을 비롯한 각종 아웃도어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곳으로 매우 유명하다.
타이롱완 (Big Wave Bay)
홍콩에는 총 100km에 달하는 하이킹 트래일이 있고 크게 10개의 코스로 나뉜다. 그 가운데 특별히 사랑받는 코스가 사이쿵 매클리호스 트래일(The Maclehose Trail)의 2번 섹션이다. 서양인들이나 홍콩 현지인들 뿐 아니라 한국에서 온 산악회원들도 찾는 이 코스는, 국적을 넘어선 하이킹 애호가들에게 산 위에서 타이롱완(大浪灣, Tai Long Wan) 해변을 따라 볼 수 있는 홍콩 최고의 바다 경치를 선사한다. 하이킹 도중에 잠시 들러 해수욕을 할 수 있고, 서핑 보드나 부기 보드를 빌려 파도를 탈 수 있는 멋진 코스이다.
사이쿵 해산물 식당 (Sai Kung Seafood Restaurants)
사이쿵 시내로 나오면 경쟁적으로 호객행위를 하는 각종 해산물 식당들이 성업 중이다. 그런데 이 곳 식당들의 이름이 촨키(全記海鮮, Chuen Kee) 라던가 홍키(洪記海鮮, Hung Kee)처럼 앞자 한 글자만 다를 뿐 비슷비슷하다. 이는 흔히 우리나라에서 김가네 식당 혹은 이가네 식당으로 부르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필자는 귀한 손님이 오면 저녁식사를 대접하기 위해 이 곳으로 모시고 가는데, 그때마다 손님들 반응이 아주 좋았다.
마치 우리나라의 어시장처럼 수조에 든 해산물을 구경하면서 손님이 수량과 메뉴를 직접 정하는 게 이곳 식당들의 컨셉이다. 그날 그날마다 물 좋은 생선 등을 식당 측에서 소개해주므로 참고해서 선택한다. 식당 종업원의 안내로 자리를 배정받으나, 야외 테이블의 경우 따로 금연 규정이 없으니 담배냄새가 싫다면 실내나 2층으로 안내받는 것이 좋다.
손님이 해산물을 다 고른 후 본인의 테이블로 돌아오면, 다른 종업원이 와서 주문이 들어간 해산물을 다시 확인하고 손님이 원하는 조리방법을 물어온다. 이에 익숙하지 않은 손님은 재료에 따라 어떤 조리방법이 있는지 물어본 후에 선택하면 된다. 워낙 외국인 손님들이 자주 오는 식당이라 영어로 된 세트 메뉴도 있고 영어를 할 수 있는 직원이 한 두 명 정도는 있으니 주문할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가령 바지락조개는 양파와 칠리를 넣은 매콤한 굴소스에 볶아먹으면 입맛에 맞다. 가리비 조개는 마늘과 간장을 넣어 쪄내고, 야채의 경우엔 살짝 데친 후 마늘을 넣어 볶아달라고 한다. 밥은 백반 한 공기씩을 주문하거나 해산물 볶음밥을 주문할 수 있다. 중국요리의 특성상 강한 불을 사용하는 만큼 음식들이 빨리 조리되어 나온다.
이 곳의 식당들은 살아있는 신선한 해산물을 바로 조리해서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에, 재료비와 별도로 조리비도 청구하기에 가격은 좀 더 비싼 편이다. 물론 주문하는 요리에 따라 편차가 있겠으나 필자의 경험상으론 4인 기준 한화 15만 원선이다. 바닷가재나 갑오징어 회와 같은 고급 요리를 주문하면 그보다 훨씬 많은 비용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