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홍콩 GO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보엠 Sep 04. 2016

어느 포켓몬고 마스터의 하루

홍콩의 슈퍼 선데이

오전 6시 반. 일요일이지만 늦잠을 잘 수는 없다. 집 주변을 가벼운 조깅으로 돌 생각이다. 이건 내가 나에게 주는 일종의 미션 같은 거다. 40분 안에 근처에 있는 5개의 포켓몬 (Pokémon) 체육관 (Gym)을 모두 점령하기.


사실은 체육관을 하나 점령할 때마다 10 포케코인(Pokécoins)이 주어진다. 정말 운이 좋아 5개 다 점령하게 된다면 50 포케코인이 들어오니, 이는 매우 짭짤한 수입이다. 이미 내 포켓몬 저장공간(Pokémon Storage)이 포화 상태여서, Shop에서 200 포케코인에 판매되는 저장공간 업그래이드를 오래전부터 눈여겨봐온 터였다.


이른 아침이라 길에는 다니는 차도 사람도 별로 없다. 조용하게 달리기에만 집중할 수 있다.


체육관을 선점한 팀이 나와 같은 빨강(Valor) 팀이 아니면 시간 조절이 오히려 쉽다. 다행히 모두 다른 색상의 팀. 여러번의 어려운 배틀 후에 4개의 체육관을 점령. 마지막 구간으로 돌아올 때까지 아직 4개의 체육관이 다 살아있다. 하나만 더 점령하면 정말로 기록 달성이다. 있는 힘을 다해 가장 긴 구간을 열심히 달린다. 다행히 날씨도 선선하니 운동할 만하다. 우리 동네는 체육관 쟁탈전이 나름 치열하다. 다른 게임 유저들이 여유로운 단잠을 잘 동안, 나는 부지런히 동네 한 바퀴를 돌고 있다는 생각에 가뿐 호흡에도 킥킥하고 저절로 웃음이 터진다.


  

우하하하...!!! 드디어 해냈다. 처음으로 한꺼번에 50 포케코인을 획득!!! 포켓몬고 (Pokémon GO)를 설치하기 전에, 게임에는 절대 돈을 쓰지 않겠다는 내 나름의 다짐이 있었다. 대신 이렇게 포켓몬고를 나 자신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이용하고 동기부여를 한 거다. 덕분에 운동도 하고 게임 머니와 스타더스트(Stardust)도 챙기고 아주 훌륭하다. 다음에도 운이 따라 주었으면.....


간단히 아침 식사를 하고 서둘러 외출 준비를 한다. 홍콩 섬 쿼리베이(Querry Bay)에 있는 Island ECC 교회의 오전 첫 예배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이 교회는 홍콩인 70%와 다국적의 사람들이 30% 정도로 구성되어 있다. 예배뿐 아니라 다양한 행사들도 자주 열리는데, 주로 사용되는 언어가 영어이다. 따라서 내겐 영어 공부를 겸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예배를 마친 후 트램(Tram)을 타고 셩완(上環, Sheung Wan)으로 향한다. 지난번에 그 근처에서 우연히 먹은 베트남 쌀국수(Pho 1)가 정말 역대급으로 맛이 좋았기에, 오늘 점심식사를 거기서 하려고 한다. 물론 밥도 먹고 포켓몬고도 할 예정이다.



일요일에도 점심 세트메뉴를 주문할 수 있다. 지난번과 같이 68 홍콩달러 (한화 9500원)에 소고기 국수와 신선한 코코넛 주스를 함께 주문했다. 식당 안에 손님들이 많은데도 주문한 지 얼마 안 되어 음식이 나온다. 국물 먼저 한 스푼 떠먹는다. 진하게 우러난 육수 맛에 여기 다시 오길 잘 했구나 싶어 몹시 흐뭇하다.


여기서 팁 하나. 고급식당에 간 것이 아니라면 웬만한 홍콩의 식당에서는 좋은 서비스를 기대하지 않는 편이 좋다. 여기에는 진정한 음식 맛으로 자존심을 거는 식당들이 많기 때문이다. 긍정적으로 풀이하자면 그렇다는 말씀!


바질과 잔파,  무우, 숙주나물이 들어가있다. 라임과 매운 홍고추는 따로 내주어 취향에 따라 넣으면 된다.


오늘은 홍콩에서 입법회 의원 선거가 있는 날이다. 우산 혁명 이후 범민주진영과 친중파로 나눠진 세력이 각각 이번 선거를 통해 얼마나 홍콩 시민들의 지지를 얻게 될는지가 최대의 관심사가 된다.


주목할 점은 일요일에도 바쁜 홍콩 시민들을 위해 투표시간을 오전 7시 반부터 밤 10시 반까지로 정했다는 것이다. 또한 투표 당일임에도 후보들의 거리 유세와 선거운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끝까지 최선을 다하려는 이 모습들이 당선 후까지 이어지면 좋겠다.



대중교통시설 안에서건 길거리에서건 여기저기 나부끼는 각종 선거 포스터나 선전물에 나온 후보자들의 사진들이 재미나다. 본인이 원하대로 마음껏 포즈를 취한 것이 매우 창의적이고 신선하게 느껴진다. 내일이 되어야 알겠지만, 홍콩의 미래가 걸린 이번 선거 결과를 모두가 흥미롭게 지켜보게 될 듯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미식 천국 홍콩의 디저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