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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홍콩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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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엠 Aug 19. 2016

하버시티에 나타난 런닝맨들

GO Radar를 켜라

며칠 전부터 아침저녁으로 간간히 뿌리던 비가 바람을 동반하여 점점 세차게 내리고 있다. 태풍이 지나고 있다는 T3 경보도 무색하게 많은 사람들이 속속들이 들어온다. 여기는 홍콩 최대의 쇼핑몰, 침사추이(Tsim Sha Tsui) 하버시티. 그중 오션터미널은 포켓몬고(Pokémon GO)로 인해 이미 태풍의 눈으로 변해있었다.


다소 늦은 시간임에도 엄마 손을 붙잡고 나온 어린아이들, 이 곳으로 바로 퇴근한 듯한 직장인들, ferry를 타기 위해 기다리는 할머니들, 그리고 국적이 불분명한 관광객들. 모두들 한쪽 벽에 바짝 붙어선채 휴대폰 화면을 보며 다소 신중한 모습으로 서 있다.


여기에는 네 개의 포케스탑(Pokéstop)들이 근접해 있어서 초기화 시점에 맞춰 몇 발짝만 걸어주면 쉽게 아이템을 공급받을 수 있다. 고라파덕(Psyduck), 잉어킹(Magikarp), 왕눈해(Tentacool) [아래 그림 참조]. 이 세 가지 포켓몬(Pokémon)은 이곳에선 귀찮다 싶을 정도로 흔하다. 그러나 진화시켜서 골덕(Golduck)과 갸라도스(Gyarados)를 얻고 싶다면 여기가 바로 최적의 장소. 이미 가진 자들은 스타더스트(Stardust)와 캔디(Candy)를 더 모으고 싶은 마음에 손가락을 바삐 움직인다.


이때 어느 신호에 동기를 맞춘 듯 일제히 움직이는 수상한 사람들. 말없이 같은 방향으로 뛰기 시작한다. 저절로 그들에게로 시선이 따라간다. 이들은 GO Radar를 사용해서 관심 있는 포켓몬의 현재 출몰 위치를 실시간으로 확인하여 헌팅을 한다. 그도 그럴 것이 하버시티가 바로 포켓몬 중 최고의 파워를 가진 망나뇽(Dragonite)으로 진화가 가능한 미뇽(Dratini)의 상습 출몰 지역이기 때문이다. 에어컨 시설이 잘 되어있는 쇼핑몰 안이지만 몇백 미터 떨어진 지점을 여러 차례 뛰어다니다 보면 어느새 등까지 다 젖게 된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남녀노소가 늦은 밤까지 한자리에 모였다. 그리고 이 단순한 게임에 몰두하고 동일한 목표물을 두고 너나없이 달려나가는 희한한 상황. 이는 흡사 축제의 현장과도 닮아있다. 진정으로 즐기고 있고 뜨거운 열정으로 가득하다. 모두 동일한 레벨에서 시작했으니 나도 곧 올라갈 수 있다는 희망같은 게 보인다. 그 증거로 태풍전야에도 이렇게 쉼 없이 뛰고 있다. 고가의 물건들이 즐비한 상점들은 어느새 이들에겐 그저 빛좋은 구경꾼으로 전락해 버렸다.


Tip #2. GO Radar의 간편사용법

앱을 다운로드한 후 Settings->Global->Favorite Pokemon 에 관심 포켓몬을 설정.<Notifications>를 켜두면 지도에 관심 포켓몬이 나타난 위치와 언제 사라지는지를 표시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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