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서울마라톤 대회를 신지도 명사십리에서 치렀다. 자유부문에 미리 신청해뒀기에. 날짜만 맞춰서 내가 원하는 구간에서 뛰고 싶은 거리만큼 뛰면 되었다. 남편은 따로 대회 신청을 하진 않았지만 나의 페이스 메이커로 함께 뛰어주었다.
모래사장에서 뛰는 것이니만큼 쿠션이 좋은 운동화보단 맨발을 선호하지만. 예전에 맨발로 뛰다 모래 속에 숨어있던 돌부리에 발바닥을 다친 적이 있어서. 저렴이 아쿠아슈즈를 미리 준비해왔다. 얇지만 발전체를 감싸는 느낌이 안정적이었다.
오후부터 서서히 바닷물이 빠지기 시작하여서 백사장이 훨씬 넓어졌다. 이 넓은 운동장에서 오직 두 사람이 달리고 있다. 살랑거리는 봄바람에. 누구라도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은 밤 풍경에. 솔직히 마음 설레었다.
이쪽 포구에서 저쪽 포구까지. 왕복하고 나니 정확히 5km가 되었다. 기록도 8분대로 모래밭에서 뛴 것 치고는 괜찮다. 아마 평소 뛸 때와는 다른 근육을 써서인지 뒷 종아리가 살짝 당기는 느낌이 들지만. 컨디션이 그리 나쁘지 않다.
올해가 비대면으로 참가하는 마지막 서울마라톤이 되길 희망하지만. 솔직히 전국 어디서든 나만의 대회를 구상할 수 있는 이 컨셉도 참 즐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