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보엠 Mar 23. 2022

다정한 강요

수년간 줄곧 달리기만 하던 남편이 무슨 영문인지 지난 12월 한 달간은 아침마다 꾸준히 PT를 다녔다. 나이가 들수록 근육이 빠진다고 하니 유산소 운동만 하는 것보단 나을 거 같아서 응원해줬다. 나더러 같이 가자고 했지만 귀찮기도 해서 그냥 안 가겠다고 했다. 한 타임에 몇만 원씩 내는 게 솔직히 아까워서였다.


그가 트레이너에게 배워온 것은 특별한 도구 없이도 집에서   있는 근육 운동들이었다. 그동안 배운 동작을 내게 보이며 따라  보라기에. 어차피 배워온  나도 같이 하면 반값이다 싶어서. 조금씩 따라 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이젠 주객에 전도되어 남편은 자신이 코치인  나를 하드 트레이닝시키려고 하는 것이다. 나야말로 남편이 꾸준히 운동하도록 독려하는 차원에서 보조를 맞춘 거뿐이었는데. 너무 심하게 힘들었던 어느 . 그만하고 싶다며 나는 버럭 화를 내고 말았다.


그 모습에 어이없어하던 남편은 지금도 전신의 근육은 계속 빠지고 있고 그나마 웨이트를 해야 본전이라며 나를 설득했다. 그 말은 나도 다 이해하지만 가혹하게(?) 운동을 시키려 드는 남편의 행동은 내게 썩 유쾌하지만은 않았던 것이다.


하긴 코시국 전후 앞자리가 바뀐 내 몸무게나 급격히 줄어든 운동량을 생각하면 나도 시급한 대책이 필요하긴 하다. 매년 건강검진에서 빠지지 않는 근심거리인 혈압이나 콜레스테롤 수치를 어떻게 낮출까를 고민하며. 단짠 과자나 분식을 먹는 내 모습은 사실 나도 잘 이해가 안 된다.


각자의 분량대로 운동을 하기로 하고. 필요할 때 도와달라고 할 때 코치해주기로 합의한 뒤. 우리의 대치 상황은 일단락되었다. 그 후 나는 거울 앞에 서서 보란 듯이 덤벨을 들고 가르쳐준 동작들을 혼자서 척척 하고 있다. 4월 중순 마라톤도 등록했기에 매일 바깥에 나가 40분씩 이상 달리고 있어서. 루틴이 된 운동을 빼먹었을 때 상당히 찝찝한 기분이 든다. 이번엔 식이요법까지 병행할 생각이라 올봄에는 훨씬 가벼워질 나를 기대해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